다음카카오의 ‘감청 영장 불응’이라는 폭탄 발언이 철저히 계산되고 준비된 전략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음카카오가 이용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공권력과 대결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도 있지만 실상은 이용자 신뢰와 국내법 준수라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계산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15일 다음카카오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다음카카오 측은 지금까지 사법당국의 감청 영장에 대해 영장에 기재된 ‘미래’ 요청 기간의 대화 내용을 모아 제공해 왔다. 감청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것이지만 실시간 감청을 할 수 있는 설비나 능력이 안 갖춰져 있는 점을 감안해 이같이 대응해 온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법당국이 감청 영장을 압수수색 영장처럼 사용한 사실상 편법 집행이다. 이미 진행이 완료된 대화 내용을 받기 위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앞으로 다음카카오 측이 사법당국의 감청 영장에 대해 이 같은 협조를 하지 않아도 처벌의 근거가 없다. 물론 다음카카오 측은 압수수색 영장에는 지금처럼 협조한다는 방침이다.

설령 카카오톡이 실시간으로 감청 가능하고, 다음카카오 측이 감청 영장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해도 처벌은 어렵다. 통신비밀보호법에서 감청 등에 대해 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 의무는 명시하고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 측이 감청 영장에 불응하는 것이 위법이라고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이유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무집행방해죄도 성립되지 않는다. 다음카카오가 물리적으로 막는 것이 아니라 방조라는 입장에서 협조하지 않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형법상 공무집행 방해는 공무원의 직무를 물리적으로 방해하거나 협박한 사람에게 적용된다.

다음카카오 측의 이같이 노련한 법리 계산이 나오자 변호사 출신인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의 경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대표는 1996년부터 약 2년 반 동안 미국 로펌의 변호사로 재직했으며, 1999년부터 2004년까지는 한국IBM의 고문변호사를 맡기도 했다. 한편 이 대표의 부친은 고 이수정 전 문화부 장관이다. 이 전 장관은 언론사를 거쳐 노태우정부 시절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냈으며 1991년부터 1993년까지는 문화부 장관을 맡았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