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만큼은 아니지만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고리 원전 역시 이미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어 갈등 재발의 위험 지대로 분류된다. 또 새로운 원전의 입지로 떠오른 삼척에서도 주민투표를 둘러싸고 분쟁의 단초가 조금씩 고개를 드는 등 원전을 둘러싼 갈등이 국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978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국내 원전의 원조격으로 불리던 고리 1호기는 지난 2007년 30년이라는 수명을 다한 뒤 재가동 여부를 놓고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결국 1호기와 가장 가까운 지역에 있던 길천리 5, 6, 7반 주민들에게 150억 원의 이주사업비를 보상하기로 하고 지난 2008년 1월 재가동을 이뤄내면서 일단락됐지만 갈등이 다시 불거질 잠재 요소는 여전하다.

당초 2017년까지 가동 연한을 늘린다는 조건에서 수명이 10년 더 연장되면 노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게 주민들 여론이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계속 운전과 폐로 해체 두 방안 모두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입장이지만 낮은 수준인 폐로 해체 기술과 법령 탓에 현실적으로는 수명 연장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또다시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새 원전 입지로 선정된 강원 삼척시의 경우 갈등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 주민투표로 의견을 모아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의도지만 이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삼척시가 9일 원전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강행하는 상황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안전행정부가 이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김양호 삼척시장과 시의회, 그리고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주민투표법에 근거한 지역 주민의 복지 안전 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결정 사항으로서 주민투표 대상에 해당한다”며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자의적 법 해석이고 직무유기”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송재룡(사회학) 경희대 교수는 “우리 사회의 공공갈등이 단순히 정책 결정 당사자와 주민 사이의 다툼을 넘어 정부와 지자체의 경쟁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며 “삼척 사례가 잘 해결된다면 비선호시설 입지를 둘러싼 갈등 해결에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