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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을 둘러싼 갈등은 한 번 결정되면 주민과 관계자 모두 그 틀 안에 갇혀버리게 만드는 구조적 성격을 띠고 있어요. 생각에 벽이 생기기 쉽다는 의미죠.”

월성 원전을 둘러싼 갈등을 20여 년 동안 관찰해온 오영석(사진) 동국대 갈등치유연구소 소장은 “원전 갈등처럼 구조적 성격의 갈등은 사람들로 하여금 소위 ‘악마이론’에 갇히도록 해 상대방을 타협의 여지가 없는 부도덕한 인물로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며 “월성 원전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

정부와 사업자는 주민을 ‘보상만 요구하는 집단’으로 몰아가고, 주민들은 사업자나 정부를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집단’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오 소장은 “지금까지 국내외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원전 갈등에서는 ‘위험인식’에 대한 차이가 갈등을 불러오고 ‘의사소통’이 이 같은 차이를 줄이는 역할을 맡는다”면서도 “월성 원전에서는 ‘위험인식’에 대한 차이만 있지 ‘의사소통’이 눈에 띄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전의 위험에 대해 사업자는 기술적으로, 주민들은 정서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인식의 차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사소통이 중요하지만 월성에서는 ‘소통 부족’을 넘어 ‘소통 부재’ 수준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오 소장은 진단했다.

오 소장은 “한국수력원자력이 주민들의 눈높이에서 위험인식을 이해하고 전달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와 동시에 정부는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 정책의 큰 그림을 공론의 장에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치 전쟁으로 분쟁이 증폭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지역 쟁점을 전국화하거나 전국 쟁점을 지역화하는 일부 탈핵 단체의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주민들 스스로 자신들의 관심사와 지역 쟁점을 정확하게 깨닫고 상황을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