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취임식 때 철통경호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3년 2월 25일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방탄차량을 타고 청와대로 들어가며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문화일보자료사진

지난 9월 22일 제69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을 담은 사진 한 장이 화제가 됐다. 뉴욕 존 에프 케네디(JFK) 공항을 떠나는 박 대통령이 탄 차량의 운전석과 조수석에 청와대 경호실 경호관들이 아닌 외국인들만이 탑승해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 대통령과 부통령, 미국을 방문한 정상급 요인들에 대한 경호를 책임지는 비밀경호국(USSS) 요원들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73년 채택된 유엔의 ‘외교관 등 국제적 보호 인물에 대한 범죄 방지 및 처벌에 관한 협약’에 의거해 정상의 해외 순방 시 방문국 측에서 경호를 총괄·책임지는 관행에 따른 것이었다.

◆ 해외 순방 시의 경호 =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청와대 경호실 측은 방문국에 선발대를 파견, 대통령의 모든 동선을 고려해 경호 대책을 조율한다. 방문국 측이 전담 경호대를 구성해 인력과 장비, 작전 등 총괄적인 ‘경호 패키지’를 제공하지만 우리 측 의견도 반영된다. 특히 방문국 측에 남북 대치 상황을 감안해줄 것을 적극 요청해오고 있다.

대통령이 찾아가는 행사장은 물론 이동 경로까지 모두 점검 대상이다. 경호팀의 상황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설 경우 행사장과 이동 경로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방문국 현지에서의 이동 장면은 각국의 경호 시스템과 전략의 차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현지 경찰이 선두에서 안내하는 가운데 대통령이 탄 방탄 차량과 장관 및 청와대 참모 등 수행단 차량, 경호팀 차량 등이 일렬로 모터케이드를 형성해 이동한다는 점은 공통적이다. 모터케이드는 출발 후 최종 목적지 도착까지 잠시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 일부 국가는 도로를 수 시간 전부터 통째로 봉쇄해 수행단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반면 일부 국가에선 모터케이드가 교통 체증에 막혀 멈춰선 ‘비상사태’가 발생해 관계자들이 진땀을 빼는 일도 있었다.

박 대통령이 순방 시 머무는 숙소는 보통 현지 호텔이지만 방문국 방침에 따라 경호에 보다 이점이 있는 관저를 이용하기도 한다. 중국은 외국 정상 방문 시 댜오위타이(釣魚臺)로 불리는 영빈관을 숙소로 제공하는데, 박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방중 때 16개 동 중 최정상급 국빈들에게만 허용되는 18호각에 머물렀다. 박 대통령은 9월 캐나다 국빈방문 때에도 오타와 내 총독 관저를 숙소로 사용했다.

◆ 방한한 해외 정상의 경호 = 외국 정상의 한국 방문 때에도 ‘철통 경호’는 필수적이다. 국빈방문이냐 실무방문이냐에 따라 모든 의전에 차이가 나지만, 경호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테러 가능성이다. 이 때문에 미국·중국 등 주요국 정상이 방한할 때는 청와대 경호실 인력뿐만 아니라 1만 명이 넘는 경찰 인력이 동원돼 물 샐 틈 없는 경호작전을 펼친다.

특히 해외 정상이 머무는 숙소의 경우 호텔 외곽 100m 전부터 경호 인력을 배치, 10m 단위로 사복 경호 인력의 순찰과 검문이 이뤄진다. 호텔에 들어가는 모든 사람들이 금속탐지기 등 보안 검색을 통과해야 한다. 수도방위사령부 등 군 당국도 호텔 주변 건물이나 야산 등에 이르기까지 저격 가능한 모든 장소를 빠뜨리지 않고 감시한다. 미국과 중국의 경우 정상 방한 시 숙소로 쓰는 호텔을 통째로 빌리는 경우도 있다.

◆ 군 부대 및 특수시설 경호 =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지만 부대에는 다량의 화기가 보관돼 있어 청와대 경호실은 어느 때보다 현장 경호를 강화한다. 방문 수일 전부터 경호실이 주도해 탄약창고와 총기보관함 등 부대의 화력 장비를 점검하고, 병사들이 사용하는 소총의 공이(총 내부에서 탄약을 밀어내는 장치)를 빼도록 지시할 정도다. 특히 방문 당일에는 사격훈련을 할 수 없다. 야구장과 같은 공개 장소의 경호는 더욱 철저하다.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이 잠실구장에서 시구자로 나섰을 때 경호원이 심판 복장으로 위장, 대통령 곁을 지키기도 했다.

◆ 대통령 외부 일정이 비공개인 이유 = 대통령의 외부 일정은 행사 시작 또는 종료 시까지 언론 보도도 제한되는 기밀로 취급된다. 특히 행사장에서 대통령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사람들은 사전에 신원조회를 거친다. 대통령이 주관하는 행사장에선 휴대전화 송수신 등 통신장비가 작동하지 않는데, 이는 주파수를 이용한 폭발장치의 작동을 막고자 경호실에서 사전에 주변 지역의 통신을 차단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전통시장과 같은 공개된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날 경우에는 보안과 사전 정보가 필수적인데, 경호실은 주요 동선 건물의 창문 수까지 파악할 정도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한다.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는 이유는 대통령 경호라는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일반 시민들에게 ‘민폐’를 끼쳐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오남석·정철순 기자 greentea@munhwa.com

이미지 크게보기뉴욕선 미국 요원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 22일 미국 뉴욕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 도착, 미국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