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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경호에서 대중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는 것은 전용기다. 그 자체로 경호 수준을 보여주는 데다 국력의 상징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총리 등 정상들을 위한 전용기는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 세계 40여 개 국가가 보유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정상용 전용기는 영화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는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이다. 하늘의 백악관으로 불리는 ‘에어포스 원’은 보잉 747-200 기종으로, 자체 미사일 교란장치를 갖췄을 뿐 아니라 상공에서도 군을 움직일 수 있는 지휘통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다. 핵폭발 시 발생하는 전자기 펄스(EMP) 대응체계도 갖췄다. 유사시 대통령을 위한 응급 수술실과 관련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특히 기종을 개량해 4개의 초강력 제트 엔진을 장착함으로써 1회 급유로 지구 반바퀴에 해당하는 2만여㎞를 비행할 수 있다. ‘에어포스 원’은 민간 항공사가 아닌 미 공군이 관리하며 평시에는 내브래스카주 오펏 공군기지에 4대가 배치돼 있다.

서방 국가들이 보잉사의 747 계열 여객기를 전용기로 애용하는 것과 달리 구 공산권 국가들은 대부분 러시아 항공업체인 일류신(IL)이 만든 IL 계열 여객기를 사용한다. 러시아는 일류신 IL-96-300기종을 장거리 비행에 맞게 개조했으며, 내부 인테리어를 호화롭게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도 IL-62M을 전용기로 사용했었다.

일본은 지난 1993년부터 보잉사의 747-400을 이용했으나, 오는 2019년부터는 최신형인 777-300ER 2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중국은 공산권 국가이면서도 보잉사의 여객기를 개조해 전용기로 쓰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은 장거리용으로는 보잉 747을 사용했고 중거리용은 보잉 767, 단거리는 737-800을 이용했다. 반면 친서민 행보를 강조하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중국국제항공에서 747-400을 임차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하고 있는 전용기는 공군 1호기와 2호기 2대가 있다. 미 대통령 전용기를 항공기 콜사인에 따라 ‘에어포스 원’으로 부르는 것처럼 한국 대통령 전용기는 ‘코드 원’으로 부른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시에는 1호기인 보잉 747-400 개량형을 사용한다. 2010년 대한항공으로부터 임차해 2015년 3월이면 기한이 만료된다. 2호기인 보잉 737-300은 국내용이다.

국가가 전용기를 구입해 사용하면 경호에 필요한 외부 장비를 체계적으로 장착할 수 있고 장기 운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탓에 도입이 쉽지 않다. 2006년 노무현정부가 전용기 사업을 공론화했으나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반대해 무산됐고, 정권 교체 후인 2008년에는 이명박정부의 2차 시도에 민주당이 반대했다.

하지만 전용기 노후화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12년 11월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가 라오스에서 열린 아셈(아시아유럽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년 된 2호기를 이용했는데, 현지 공항에서 일본 총리의 초대형 전용기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노출되는 ‘굴욕’을 겪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