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수출이 증가하면 한국의 대(對)중국 수출도 함께 증가하던 전통적인 한·중 무역구도가 올들어 무너지면서 한국경제에 비상령이 내려졌다. 중국의 기술력이 향상돼 한국에서 수입해오던 중간재를 속속 자급으로 돌리면서 올해 들어 중국의 수출증가 속에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이 같은 한·중 수출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극복하고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에 대한 수출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중국 내수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소비재 수출 등으로 대중 수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들어 중국의 대외수출 증가율(전년동월대비)은 지난 5월 7.0%, 6월 7.2%, 7월 14.5%, 8월 9.4%를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한국의 대중 수출증가율은 5월 -9.4%, 6월 -1.0%, 7월 -7.1%, 8월 -4.3%로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런 디커플링 현상은 특히 올들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 지난 2010년 31.3%에서 2011년 20.3%, 2012년 7.9%, 2013년 7.9%로 감소·정체되던 당시 한국의 대중수출 증가율은 2010년 34.8%, 2011년 14.9%, 2013년 8.6% 등으로 비슷한 흐름을 보여왔으나 올해 들어 그 방향이 엇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중국의 재고 증가라는 경기순환적 요인이 있지만 동시에 중국 내의 중간재 자체 공급 규모 확대, 즉 ‘중간재 자급률 상승’과 내수 중심으로의 경제 구조 전환 등 구조적 요인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기존의 대중국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 첨단 부품소재와 고급 소비재의 수출산업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중 간 교역구조의 변화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대중 수출 둔화로 한국경제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며 “중국의 교역구조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