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스코틀랜드가 ‘불면의 밤’을 보냈다. 양쪽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국민들이 18일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치러진 역사적인 분리독립 주민투표 개표 과정을 초조하게 지켜보면서 밤을 지새웠다고 BBC, 로이터통신 등은 보도했다. 에든버러, 글래스고 등 스코틀랜드 대도시에서는 유권자들이 펍에 모여 TV 개표 방송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스코틀랜드의 발모랄성에 머물면서 투표 및 개표 과정에 관한 보고를 받았다고 BBC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개표 결과와 상관없이 영연방체제가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미래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번 투표 과정에서 분열이 심화된 만큼, 이를 봉합하기 위한 노력과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19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대국민 연설을 할 예정이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성명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투표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15시간 동안 전국 2608개 투표소에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찬성운동을 진두지휘했던 알렉스 새먼드 자치정부 수반은 이날 아침 일찍 애버딘셔 스티리첸의 투표소에 모습을 드러내 취재진을 향해 “간밤에 푹 잘 잤다”며 여유만만한 태도를 과시했다. 그는 “오늘은 모두가 기억하는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며 “스코틀랜드인의 손에서 미래를 위한 안전한 길이 제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대운동을 열렬하게 이끌었던 고든 브라운 전 총리 역시 에든버러 북부 파이프의 투표소를 마을 주민들과 함께 찾아 한 표를 행사했다. BBC는 글래스고 인근 클라이드뱅크 투표소 주변에서 폭력을 휘두른 40대 남성이 체포되는 소동이 벌어지기는 했지만, 별다른 불상사 없이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10시에 투표가 끝나자마자, 각 투표소에 비치된 투표함은 32개 개표소로 집결됐다. 일부 섬 지역은 헬리콥터를 동원해 투표함을 날랐고, 안개 때문에 하늘길이 막힌 루이스섬 등 일부 지역에서는 투표함 이송에 고깃배가 동원되기도 했다.

글래스고에서 투표를 하고 나온 23세 남성 에이단 포드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총선 등 다른 선거 때와는 다른 느낌”이라며 “내가 던진 한 표가 스코틀랜드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