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소권과 수사권을 포함한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농성장에는 썰렁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평소 광장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던 확성기 소리는 자취를 감췄고, 지나는 시민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벌이던 자원봉사자도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식 농성을 하던 사람들로 북적이던 농성장에는 천막당 고작 1∼2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동조 단식 신청을 받는 천막도 한산했다. 이날 오후 동조 단식 참여 신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단 두 명에 불과했다.

최근 세월호참사가족대책위원회 일부 임원진의 대리운전 기사 폭행사건 영향으로, 세월호에 대한 국민적인 지지 열기가 급격히 식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월호 천막 농성장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폭행사건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동조 단식이나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평소보다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이번 사건이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광장 건너편에서 ‘세월호특별법 반대, 국회 해산’ 등을 주장하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보수단체들의 천막에는 서명 참여자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이날 서명에 참여한 최모(54) 씨는 “최근 일부 세월호 유족들이 대리운전 기사를 폭행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면서 “정치적 성향을 떠나 폭행까지 일삼는 행태를 더 이상 두고볼 수 없어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수단체 천막 쪽에서 만난 자원봉사자 채모(여·54) 씨는 “폭행사건 이후 평소보다 서명을 하는 사람들이 2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아무래도 최근 벌어진 폭행사건이 악영향을 끼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채 씨는 “나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진도 팽목항에서 자원봉사를 할 만큼 슬퍼했던 사람”이라면서 “그러나 법의 근간을 흔드는 기소권, 수사권을 요구하거나 최근 폭행사건을 지켜보면서 유가족들에 대해 크게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인터넷 상에서도 세월호와 관련해 부정적인 여론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는 ‘업무중 부당하게 폭행받은 대리운전 종사자를 위한 특별법(일명 김현법)’을 제정하자는 제안이 올라왔고, 18일 오후 400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이 글에 같은 뜻을 표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