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폭행’ 진실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임원진 등이 대리운전 기사 폭행 사건에 연루돼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18일 오전 김병관 대책위원장이 입원한 경기 안산시 한도병원 병실에 ‘면회제한’ 표시가 붙은 채 문이 굳게 닫혀 있다(왼쪽 사진). 같은 병원 다른 병실에 입원한 김형기 대책위 수석부위원장이 누군가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일부 임원진이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술자리를 함께 한 뒤 대리운전 기사 폭행 시비로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일탈 행동이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이 갖는 특권뿐만 아니라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갈등 등 세월호 침몰 참사 후폭풍이 장기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대책위 임원진이 그릇된 특권의식을 갖게 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흔적이 이들의 발언 등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1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부 유족 및 국회의원이 대리운전 기사 등 일반 시민보다 우월하다는 ‘특권의식’으로 인해 대리기사 폭행 사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거나 “국회의원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다”는 등의 김 의원과 일부 세월호 유가족의 발언에 특권의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강완수(심리학) 호서대 교수는 “심리학적으로 사람은 누구나 ‘소속감’ 욕구가 있는데,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국회의원과 술자리를 하고 있다는 점, 사회적 지위가 높은 국회의원이 내 편이 돼 입장을 대변해주고 있다는 점 등이 유족들의 특권의식을 낳았고, 대리기사 폭력 사태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때 상대가 약자에 해당하는 대리기사라는 점도 이번 사건의 한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황승연(사회학) 경희대 교수는 “세월호 일부 유가족들이 큰 완장을 찬 것처럼 된 모양새”라며 “세월호 유족들이 순수한 의도에서 벗어나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거론하고 있는데, 이 같은 과정에서 특권의식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또 “유가족들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만나는 등 다소 폐쇄적인 환경에서 있다보니 달라진 여론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권의식과 관계없이 유족들이 술에 취해 절제력을 잃은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정(범죄심리학) 경기대 교수는 “유족이 만취해 사리 분별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 의원이 직접 폭행에 가담하지는 않았더라도, 부적절한 처신이었다고 지적했다. 대리기사에게 반말로 소리치거나 명함을 건네며 국회의원 신분이란 점을 내세운 점 등은 적절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국회의원 신분을 염두에 두고 명함을 건네거나 절차를 무시한 채 출동 경찰에게 지시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면 김 의원의 특권의식이 행동을 통해 드러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손기은·김대종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