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개 민생법안을 처리하기 위한 ‘15일 본회의’ 개최 노력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즉각적인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권 내에서 분출하고 있다. 그동안 야당이 함께하지 않는 본회의 개최를 거부했던 정의화 국회의장도 이젠 단독 본회의 개최의 명분이 충분히 살아났다고 보고 다음주 중 본회의를 개최할 생각을 굳히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5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혼돈 상태를 풀 수 있는 사람은 정의화 국회의장 밖에 없다”며 “정 의장이 본회의를 소집하면 야당의 온건파 의원들도 동참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정 의장은 더이상 책임을 방기하지 말고 당장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날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을 대표해야 할 국회가 국민의 눈으로 볼 때 지금 ‘개판 5분 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게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국회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면 아시안게임 기간만이라도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야 지도부가 고민해주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최고위원은 여야 의원 전원에게 각각 지급된 추석 상여금 387만8400 원을 반납하기로 했다. 이 최고위원은 “그렇게 많은 비난을 받고 이 돈을 쓸 수가 없다. 오늘 국회의장실에 이 돈을 전달하겠다”고 했다.

여당 지도부가 국회 정상화를 위해 사실상 정 의장을 총력 압박하는 배경은 실제 밑바닥 민심이 이같이 움직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국민의 원성과 국회의원들의 성토는 이날 여당 의원들 모임에서도 집중 분출했다. 이날 오전 첫 회동을 한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에선 “국회의원 총사퇴하고 조기 총선하자”(하태경 의원), “지금은 정서적 민란 수준이다”(조해진 의원), “국회의원들은 모두 똥물에 쓸려가라는 목소리도 나온다”(강석훈 의원) 등 국민이 국회를 향해 비판할 수 있는 최고조의 목소리가 소개돼 눈길을 끌었다.

이들 의원은 모임 직후 정 의장을 찾아가 즉각적인 본회의 개최를 요구했으며, 정 의장은 이들 의원에게 “91개 민생법안은 오늘은 아니어도 이달 중엔 처리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다음주 중 본회의를 개최하는 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혼돈을 겪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사정을 감안, 교섭단체 대표 연설은 국정감사 이후인 10월 말로 연기하고 당장 오는 19일 대정부질문을 시작으로 국회를 정상화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