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이 전통의 강호를 위협할 정도로 급성장하면서 이 같은 급성장의 비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짝퉁’의 대명사로 일컬어질 정도로 평가절하됐던 중국 IT 기업들이 단기간 내 급성장한 비결로 업계에선 ▲제조·유통 혁신 ▲차이완(차이나+타이완) 효과 ▲거대 내수시장과 인해전술식 IT 우수인력 등 3가지를 꼽고 있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샤오미 등 중국의 2세대 IT 업체들이 빠르게 경쟁력을 갖춘 첫 번째 원인으로는 마케팅과 유통, 제조의 혁신과 이를 통한 출고가 인하를 꼽을 수 있다. 신흥 기업들은 1세대 IT 업체와 달리 대부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상품 출시를 알리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을 거의 쓰지 않는다. 대신 개별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를 구축, 기존의 이동통신사 유통망과는 별개로 온라인 주문을 받은 후 택배로 제품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기존 단말기 유통비의 30%가 절감된다.

둘째, 제조에 있어서는 ‘제2의 국공합작’으로 불리는 ‘차이완 시스템’이 위력을 발휘한다. 2012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후 중국과 대만 간 경제협력 범위가 확대되면서 중국 IT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대만의 IT 첨단기술을 빠른 속도로 흡수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미디어텍과 TSMC 등 대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업체들은 수년간 애플의 아웃소싱 사업을 통해 다진 경쟁력으로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 미국 퀄컴 등보다 30∼50% 저렴한 가격에 모바일 AP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세계 스마트폰의 3분의 1이 팔리는 거대 내수시장에서 경험한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한 IT 우수인력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과 중국의 1세대 기업은 물론, 인해전술식 IT 우수인력과 20~30대 젊은 유학파들이 창업한 300개 이상의 중소 기업들이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초를 기준으로 중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스마트폰 제조사는 381개에 달하며, 올해 1분기에 새로 출시된 스마트폰 모델 수만 607개에 달할 정도다. 이 같은 완전경쟁 시장에서 신규 업체들이 채택한 ‘세분화(세그멘테이션)’ 전략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현지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글로벌 기업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시장 기회를 앞서 찾아내고, ‘공룡’들이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기회도 선점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2세대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의 전면전을 피하고 적은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 세그멘테이션인 셈이다. 2012년 세계 최초로 500만 화소 카메라를 전면에 탑재하는 등 카메라 기능에 초점을 맞춘 오포나, 여성전용 스마트폰을 표방한 두브 등이 대표적이다.

배은준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 2세대 기업의 세그멘테이션 전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샤오미, 오포, 비보와 같은 기업들은 글로벌 기업의 제품을 모방하는 데 급급한 다른 중국 기업들과는 달리 카메라, 오디오, 여성, 젊은이 등으로 시장을 세분화하고 목표 고객을 명확히 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