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자국 정보기술(IT)산업 보호정책이 더욱 강화되는 경향을 보여 세계 최대 시장을 겨냥해온 국내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정부와는 대조적으로 국내 기업 지원을 위한 정부의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정부는 자유무역협정(FTA) 확산에 따른 관세 철폐·인하가 늘어나면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비관세 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보안제품 규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07년부터 금융관련기업, 통신사, 발전소, 교육기관, 병원 등을 높은 수준의 보안이 필요한 기관(3등급 이상)으로 분류해 사실상 외국기업들을 사업자 공모 참여에서 배제하고 있다.

IT기기와 TV 등 첨단산업의 기반인 디스플레이 분야도 마찬가지다. 중국 정부는 자국 액정표시장치(LCD) 산업 보호를 위해 지난 2012년 32인치 이상 LCD의 관세율을 3%에서 5%로 인상한 데 이어, LCD 패널 자급률도 올해 60%에서 내년에는 80%로 확대하기로 했다. 중국 업체들을 지원해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점유율을 계속 높이는 성장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선 “중국, 일본 등의 자국산업보호 기조와 우리 정부의 기조는 정반대”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규제완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체감되지 않는다”면서 “예를 들어 중국은 기업이 투자한 수입 장비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 주는 반면, 한국은 대부분의 장비에 관세를 부과해 경쟁국에 비해 불리한 투자환경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로 다른 업종간 융합이 IT산업 발전의 핵심인데도, 의료·출판·자동차·금융·교육 등 전통산업 규제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의료법에 가로막힌 헬스케어산업, 개인정보보호법에 포위된 빅데이터 산업 등이 거론된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