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당을 사실상 대표할 비상대책위원장직에 ‘이상돈 카드’를 꺼내들고 이에 대한 당내 반발이 거세지면서 위원장 취임 40여 일 만에 최대 위기를 맞이했다.

세월호특별법 협상을 두 차례 실패한 데 이어 ‘이상돈 카드’마저 비판을 받게 되면서 박 위원장은 위원장 취임 이후 벌써 3번째 위기에 빠졌다. 특히 그간 여당과의 협상과정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거론되던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이 이번에도 생략되면서 박 위원장의 ‘독단적 리더십’ 문제가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박 위원장은 새로운 비대위가 출범하면 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거취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상임고문은 12일 CBS 라디오에 출현해 박 위원장이 이 명예교수를 새 비대위원장에 내정한 것에 대해 ‘당원과 당의 역사에 대한 모독’ ‘자폭형 참사’라 표현하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 상임고문은 “(박 위원장이) 세 번째 덜컥 수를 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당을 끌고 갈 수 없다. 정치는 결국 책임정치다”며 우회적으로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대표적인 강경파 의원인 은수미 의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의원총회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등과 관련 향후 방침 및 거취 포함, 박영선 지도부가 자기 책임 아래 입장을 결정하면 무조건 따를 터이니 제발 입장을 밝혀 달라”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11일 저녁 일부 당직 의원들에게 자신의 비대위 구상에 대해 설명하며 소속 의원들에게 이해를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명예교수와 함께 대표적 진보 인사인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를 ‘투톱’으로 세우는 방안을 뒤늦게 설명한 것이다. 박 위원장은 거취 논란을 의식한 듯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정기회가 시작되면 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겠다는 게 제 생각이었다”며 새 비대위 출범과 동시에 위원장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투톱 체제 소식이 알려지면서 반대 성명을 냈던 의원들도 조금은 머쓱해졌다”면서도 “하지만 세월호특별법 협상 때처럼 당내 의견 수렴이라는 절차 없이 ‘깜짝 쇼’처럼 인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박 위원장이 이번에도 관철시키지 못하면 모든 것에서 다 물러나야 하고, 정치인 개인으로서도 큰 상처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위원장의 위기 돌파 ‘수’가 주목된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