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 서울대·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투톱’으로 하는 보·혁 ‘쌍두체제’를 그린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은 당내 반발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각오다. 연이은 선거 패배로 당이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총선과 대선 승리를 기대한다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누리당에서 당직을 지낸 이 명예교수가 먼저 부각되면서 당내에 반발 여론이 거세게 형성돼 박 위원장의 의도대로 결과가 도출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박 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투톱 체제와 관련해 “이것이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 승리의 필요충분조건이라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진보라는 당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혁신과 확장을 통해 중도 진영을 공략하지 않으면 미래의 승리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는 “이상돈 교수는 혁신과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고려한 카드”라고 설명했다. 이는 박 위원장이 지난 8월 5일 국민공감위원장으로 취임하면서 “투쟁정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겠다”는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하지만 투톱 체제가 공개된 후에도 당내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60년 정당의 정체성, 정통성,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밤 문재인 의원에게도 이러한 ‘투톱’ 구상을 전했으나, 문 의원은 이 교수에 대해 “당내 반발이 크다”며 재고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이 당초 쌍두체제를 구상했다면 이를 동시에 밝혔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의원은 “안경환 교수가 당신 혼자 위원장을 하는 것보다 이상돈 교수와 공동위원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박 위원장이) 이상돈 교수와 접촉했는데 이 과정에서 이 교수만 부각돼 혼란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반면 박 위원장 구상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의원은 “흰 고양이인가, 검은 고양이인가가 아니라 쥐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냐”며 “새누리당 출신이어서 안 된다고 한다면 중국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가 이 교수를 공동위원장으로 추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강경파도 무조건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