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일 정권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행하는 개각에서 측근 의원들을 대거 유임시키고 추가 기용하면서 친정 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일 일본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최측근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을 비롯해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생상,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 등 아베 총리와 가까운 각료들이 대부분 유임될 것으로 보인다.

스가 관방장관과 아마리 경제재생상은 특정 파벌에 속해있지 않은 ‘무파벌’ 정치인들로 아베 정권의 정책 수행을 주도해왔고, 아베 총리의 출신 파벌인 자민당 세이와(淸和)정책연구회(마치무라(町村)파) 소속인 시모무라 문부상은 정권의 애국주의 역사교육 방침을 앞장서서 추진해왔다.

역시 ‘유임조’로 꼽히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아베 총리의 지지세력을 이끄는 인물들이다. 자민당 주요 파벌인 이코(爲公)회(아소파)의 수장 아소 부총리는 2012년 총재 선거 당시 아베 총리를 적극 지지했고, 3대 파벌인 고치(宏池)회(기시다파)의 기시다 외무상은 2007년 1차 아베 내각에서 오키나와(沖繩)·북방영토 문제 담당상을 지내면서 처음 입각했던 인연이 있다.

이번 개각을 통해 입각할 것으로 보이는 인물들 가운데에도 측근들이 적지 않다. 1차 아베 내각에서 관방장관을 지낸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중의원 의원을 비롯해 당내에서 아베 총리 지지세력을 규합하는 역할을 해온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정무조사회장, 야당 시절 센카쿠(尖閣)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법안 등을 함께 추진해온 야마타니 에리코(山谷えり子) 참의원 의원이 각료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

‘반(反)아베’ 세력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아베 총리의 ‘정적’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간사장은 지방창생담당상을 맡아 아베 내각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초 안보법제담당상 기용 제안을 거절하면서 아베 총리와 각을 세우는 듯했던 이시바 간사장이 결국 입각으로 선회하면서, 아베 총리 중심의 당·정 협력 운영 체제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개각과 함께 발표하는 당 간부 인사에서는 측근 이나다 도모미(稻田明美) 행정개혁상을 당 정책결정기구 정무조사회장에 임명해 정책 주도권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나다 행정개혁상은 야스쿠니(靖國)신사를 주기적으로 참배하는 ‘전통과 창조의 모임’을 이끌면서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지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자민당 최초의 여성 간사장 후보로 거론됐던 오부치 유코(小淵優子) 전 저출산담당상은 당직을 맡지 않고 입각할 가능성이 높다.

오부치 의원은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 총리의 딸로, 2008년 아소 내각에서 34세의 나이로 저출산담당상을 맡아 전후 최연소 각료 기록을 세웠던 인물이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오부치 의원이 올해 40세의 3선 의원이라는 점을 들어 “간사장을 맡기에는 경륜이 부족하고 너무 젊다”는 반론이 제기돼 왔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