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일로 세월호 참사 발생 140일째를 맞은 가운데 문화일보 추석 여론조사 결과 정부와 정치권, 박근혜 대통령 모두 이번 참사를 거치며 ‘신뢰의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에는 정부 당국에 대한 불신이 표출되고 있었다. 박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 지지율도 하나같이 미끄러졌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이 발표한 수사 및 조사 결과를 신뢰하는가’ 여부를 물은 결과 ‘신뢰한다’는 응답은 32.1%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62.9%)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21.6%에 달해 수사 및 감사 당국에 대한 불신이 무시할 수 없는 수위에 다다랐음을 보여줬다.

특히 수사·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0대(84.6%)와 19∼29세(76.6%), 40대(70.4%), 학생(73.6%), 블루칼라(71.4%) 층에서 평균을 웃돌았다. 뚜렷하게 여권 지지성향을 보이고 있는 60세 이상 연령층에서도 ‘신뢰한다’는 응답(44.3%)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40.6%)이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서 팽팽하게 맞섰고, 이 같은 경향은 50대(‘신뢰’ 50.6%, ‘비신뢰’ 46.2%)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부산·울산·경남(‘신뢰’ 40.3%, ‘비신뢰’ 57.4%)과 대구·경북(‘신뢰’ 47.3%, ‘비신뢰’ 48.7%) 거주 응답층에서는 정도 차는 있지만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신뢰한다’는 응답보다 높게 나왔다.

정부 당국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듯 박 대통령의 지지율도 전례 없는 하락세를 보였다. 박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하는지를 물은 결과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8.5%,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43.2%였다. 지난해 9월 이후 문화일보가 마크로밀엠브레인과 함께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후 박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50% 이하로 떨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또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가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진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문화일보 신년조사(2013년 12월 27∼28일)에서 55.8%를 기록한 이후 4월 30일 조사(52.8%), 6월 8일 조사(57.6%) 등에서도 줄곧 50%를 웃돌았다. 박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30대(67.5%)와 19∼29세(58.5%)에서 특히 높았다. 40대에서도 부정 평가(50.1%)가 긍정 평가(39.6%)를 앞서 비상이 걸렸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도 동반 하락한 결과, 무당파층이 43.0%에 달했다. 새누리당 지지율은 35.5%로 6·8 조사(44.0%) 때에 비해 8.5%포인트 떨어졌다. 새정치연합 지지율도 15.8%에 그쳐 6·8 조사(25.9%) 때에 비해 10.1%포인트 급락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대응 과정에 대해 두 당 모두에게 실망한 결과로 풀이된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어려움을 겪게 된 가장 큰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새누리당’ 응답이 35.9%, ‘새정치연합’ 응답이 26.8%, ‘세월호 유가족’ 응답이 15.1%였다. 30대(58.2%)와 40대(44.6%), 19∼29세(40.2%) 응답층은 여당인 새누리당의 책임을, 60세 이상(40.2%)과 50대(35.6%)는 새정치연합의 책임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꼽았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