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쌓인 먼지 닦지만… 국회법에 따라 1일 자동으로 열리는 정기국회 개회식을 앞두고 국회 직원이 본회의장 책상의 먼지를 닦고 있다. 김연수 선임기자 nyskim@munhwa.com

1일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여야 지도부는 이날 오전 아무런 만남도 갖지 않은 채 사실상 정기국회 파행을 묵인했다. 정기국회 개회식과 본회의는 예정대로 열려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선출안을 처리할 예정이지만 정작 중요한 의사일정은 물론이고 권순일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도 불투명하다. 정치권이 정국 파행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본회의는 열지만 ‘알맹이 없는’ 면피용 회의를 했다는 비판이 많다.

특히 이완구 새누리당-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7·8월 국회에서 공전(空轉)을 거듭해 왔지만, 정기국회 첫날 정국 정상화를 위한 어떠한 회동도 갖지 않았다. 여당의 민생·경제 법안에 맞서 자체적으로 시급히 처리할 법안까지 발표했던 야당이 의사일정 협의에 나서지 않는 것을 놓고 무책임한 제1야당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국의 핵심인 세월호특별법 문제에서 유가족들의 동의가 중요하고, 사실상 새누리당-유가족의 ‘양자회동’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보적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정치권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이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야당은 협상력 극대화를 위해 스스로 민생정당을 외치면서도 사실상 국회를 보이콧하며 민생법안까지 막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은 국정의 책임을 지고 있으면서도 “양보할 것이 없다”며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여전히 상대에게 정기국회 파행의 책임을 돌리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오후 우리 원내대표가 세월호 유가족과 3자 대화를 하는 등 세월호특벌법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만큼 야당도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에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민생 문제가 여야의 최우선 핵심 가치이자 정치의 존재 이유임을 야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158석의 집권 여당은 여당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을 보여주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늘 국회 본회의 문제도, 정기회의 문제도 새누리당은 지금껏 제게 단 한 차례도 요청한 바 없음을 밝힌다”며 이같이 밝혔다.

야당의 ‘전략통’으로 불리는 민병두 민주정책연구원장은 1일 MBC 라디오에 출연, “(정기국회는) 기본적으로는 정부 여당의 태도에 달려 있다. 정부 여당이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에 따라 정기국회가 순항할 수도 있고 또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민 원장은 “(여당이) 세월호특별법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로 입장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여야 지도부에 책임 있는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책임 있는 자세가 절실한 순간이다. 여야 지도부 차원에서도 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통 크게 의견 접근을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화종·윤정아 기자 hiromat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