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는 民보다 野의식…‘진정성없는 민생투어’

추석 민심을 겨냥한 새누리당은 연일 민생현장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새누리당은 1일부터 매일 한 건씩 민생현장을 찾아가는 일정을 넣을 예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민생행보가 ‘변형된’ 장외투쟁이라면, 새누리당은 국회 정상화를 위한 대야 압박용 민생행보 성격이 짙다. 여당은 한편으로는 야당에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복귀를 호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유가족과 꾸준히 만나면서 정국 정상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세월호특별법과 관련한 입장을 바꾸지 않아 이날 오후 유가족과의 3차 협의는 일단 합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일 “민생 문제가 여야의 최우선 순위 핵심 가치이자 정치의 존재 이유임을 야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정치연합을 향해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해 힘을 쏟아 달라”면서 이같이 말한 것이다. 그는 “오직 현장에서 민생경제의 답을 찾아야 한다”는 말도 다시 한 번 꺼냈다. 김 대표가 최근 최고위원회의와 최고중진연석회의 등 당의 공식 회의 석상에서 매일 꺼내는 단어는 ‘민생’과 ‘현장’이다. 실제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을 찾아 소상공인과의 현장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지난주 노량진수산시장 등을 돌아본 김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최소한 추석 전까지 매일 민생 현장을 돌아본다는 계획이다.

새누리당의 민생행보는 국민과 함께 야당을 향해서도 동시에 메시지를 날리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장외투쟁을 선언한 뒤, 9월 정기국회가 파행을 거듭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새누리당만큼은 민생을 돌아보는 모습을 보이자는 전략이 숨어있는 셈이다.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놀고먹는 국회의원’이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이정현 최고위원이 “요즘 놀고먹는 국회의원 얘기를 시민들이 할 때마다 변명도 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국회가 청문회 받는 시점이 오리라 확신한다”고 성토했다.

새누리당이 새정치연합을 겨냥하고, 새정치연합은 세월호특별법 합의를 주시하고 있는 만큼 목적이 다른 여야의 민생행보는 이날 오후 열리는 새누리당과 세월호 유가족 간 3차 협의 결과에 따라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2차 협의 때만 해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넘쳤던 새누리당과 유가족 사이의 기류는 주말을 전후로 급속도로 냉각되는 분위기다. 현재 양측 모두 “양보는 없다. 고집하면 판은 깨진다”는 식으로 엄포를 놓고 있어 이날 협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날 양측 만남은 따라서 세월호특별법의 금명 타결이냐 장기화냐의 중대 기로점이 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지금도 원칙에서 너무나 많이 벗어났다는 목소리가 당내에 지배적”이라며 “유가족과의 협의가 추석 이후로도 넘어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월호특별법 협의가 이제 시민사회단체의 대중전략으로 끌려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가족대책위 측은 전날 기자회견을 통해 “새누리당이 ‘기존의 여야 합의안이 최대한 양보한 부분’이라는 말만 되풀이할 것이라면 더 이상 면담을 지속할 생각이 없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서 이날 협의 과정이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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