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은 추석을 앞두고 진도에 남아 있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만나는 등 안전을 주제로 한 민생투어를 진행한다. 이는 세월호특별법으로 인해 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민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을 의식한 방책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기본 책무인 민생법안 처리는 계속 미뤄 놓으면서 민생법안을 무기화한 채 ‘민생투어’에 나서는 것이 온당치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야당이 여당과 여론에 의해 민생에 대한 압박을 받으면서 민생투어에 나서지만, 이 경우 민생투어는 또 다른 장외투쟁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1일 “민생과 안전을 콘셉트로 2일부터 추석 전까지 민생 점검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첫날은 전남 진도 팽목항과 광주의 전통시장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상임위원장-간사단 회의를 열어 민생투어 일정을 확정한다. 고리원전 침수 현장이나 싱크홀 발생 현장, 군 인권 침해 현장, 폭우 피해 현장 등이 다음 방문지로 예상된다.

이는 정부와 새누리당이 민생을 거론하며 국회 정상화를 압박하고 있는 것에 대한 대응의 성격이 크다. 야당 역시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동시에 안전이 민생에 있어서 가장 우선 순위에 있음을 국민들에게 알려, 여당의 세월호특별법 양보를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여당의 민생은 ‘가짜’이고, 야당의 민생이 ‘진짜’라는 비판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우윤근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총리, 부총리가 연일 담화정치를 통해서 민생 법안 처리를 강조하며 야당을 압박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민생은 가짜 민생으로, 서민과 극빈층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같은 야당의 민생투어와 정부·여당 비판은 ‘면피성’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일각서 제기된다. 국회의원의 가장 큰 임무가 민생 법안 처리인데, 이것을 방치한 채 민생현장을 나간다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한 국회 관계자는 “제1의 민생현장인 국회를 닫아두고 현장으로 가는 것을 민생 챙기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30여 개 ‘경제살리기 법안’ 중 10여 개에 대해서는 새정치연합이 가짜 민생 법안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을 감안하더라도, 나머지 법안들은 큰 이견이 없으므로 조속히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다가 야당이 ‘진짜 민생정책’이라고 밝힌 국민무시 독선 독주 방지 5대 법안, 소득주도성장 지원 법안, 5대 신사회위험 해결 법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국회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 때문에 민생투어 방침이 변형된 장외투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정치연합은 비상행동으로 부르는 장외투쟁과 함께 민생투어, 국회 내 활동을 병행하기로 했다. 특히 민생투어가 안전을 기본 개념으로 하고 있어 충분히 홍보전과 병행될 수 있는 것이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국회를 외면하고 장외로 가면서 어떻게 민생을 얘기할 수 있느냐”며 “비판이 제기되니까 마지못해 따라 하는 것은 ‘가짜’ 민생투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