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지역을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우선배치 고려대상으로 설정하고 핵심장비인 AN/TPY-2(일명 X-밴드) 레이더 등의 선(先)제작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한·미 양국은 이달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미국 방문에서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THAAD 배치 문제를 집중 협의할 예정이다.

31일 워싱턴 DC의 외교·군사 소식통은 “현재 미국은 THAAD 우선 배치 고려지역 중 하나로 한국을 정하고 탐지거리가 1000㎞ 이상인 고성능 X-밴드 레이더를 비롯한 핵심 장비 등의 제작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THAAD 미사일 포대는 고성능 X-밴드 레이더와 요격고도 40∼150㎞인 미사일(발사대 6기 각 8발)로 구성된다. 해외에 배치될 THAAD의 전체적인 설계와 디자인은 록히드 마틴사가 맡고 있으며, X-밴드 레이더는 매사추세츠주 앤도버에 위치한 레이시온사 공장에서 제작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X-밴드 레이더의 경우 일본의 1호와 2호에 이어서 한국을 포함한 해외지역에 3호를 설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생산을 진행 중”이라며 “결정과 배치까지는 정치·군사적 고려요인이 많은 만큼 아직 구체적인 지역은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X-밴드 레이더는 지난 2006년에 일본 아오모리(靑森)현 쓰가루(津輕)시에 설치됐고 올해 연말 안으로 교토(京都)부 교탄고(京丹後)시에도 추가 배치될 예정이다. 미국은 한국에 THAAD 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2, 제3의 후보지역도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이달 중 예정된 미국 방문에서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한·미 안보현안을 협의하는 자리에서 THAAD 배치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