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세월호특별법 처리 문제로 국회가 올스톱되면서 올해에도 정기국회 시작 전 결산심사 완료는 물건너가는 분위기다.

해마다 결산심사가 지연되고,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는 정기국회에서 이뤄지다 보니, ‘부실 결산’이 ‘부실 예산 심의’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 예산 심의는 ‘혈세 나눠먹기’= ‘좋은 결산이 좋은 예산을 만든다’는 말은 현재 국회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말이 됐다. 결산에서 지적한 사항을 다음해 예산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반영하는 ‘선순환’이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산이 종료되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의원들의 ‘예산 따내기 전쟁터’로 변한다. 특히 예결위 위원, 그 중에서도 막판 예산 삭감 및 증액을 결정하는 예산안조정소위원회 위원은 이 전쟁터에서 ‘슈퍼 갑’으로 통한다. 부처는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 원안을 최대한 지켜내기 위한 전략으로 소위 위원들에게 지역 예산을 ‘선물’하기도 한다.

한 명의 조정소위 위원이 따낼 수 있는 예산이 100억 원대라는 말도 돈다.

당 대표, 원내대표,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자들과 실세로 불리는 중진 의원들도 비슷한 규모의 지역 예산을 챙길 수 있다고 한다. 실제 지난해 국회는 여야 지도부와 예결위 위원들의 지역 예산이 대거 증액된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광림(경북 안동) 의원과 예산조정소위 위원인 류성걸(대구 동구갑) 새누리당 의원의 경우 300억 원이 넘는 지역 예산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예산안 심의가 막바지에 다다르면 지역 예산을 챙기려는 의원들의 민원성 ‘쪽지 폭탄’이 예결위장에 쏟아진다. 쪽지를 통해 예산 챙기기에 성공한 의원 중에는 ‘지역 이기주의’라는 언론의 질타를 오히려 반색하며 ‘무용담’을 펼쳐놓는 경우도 있다. 지역에서는 그해의 의정활동을 칭찬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성과물이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는 자성 차원에서 쪽지예산을 차단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들이 발의된 바 있지만, 이들 모두 관련 상임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 정쟁에 묻힌 결산심사 = 국회가 매년 ‘결산 마감일’을 어기는 데에는 ‘이미 쓴 돈’이라는 의원들의 안일한 인식이 깔려있다. 28일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2013∼2014년 최근 2년간 예결위의 예산·결산 관련 회의(전체회의+소위원회) 횟수를 분석한 결과 결산(18회)은 예산(39회)의 46% 수준에 그쳤다.

회의시간(정회 등 제외)을 따져볼 때도 결산은 6271분으로 예산(1만1136분)의 56%에 불과했다.

결산은 뒷전이고 예산과 관련없는 정쟁에 몰두하는 의원들의 태도 또한 부실 결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법률소비자연맹이 예결위 결산 종합정책질의 과정을 분석한 결과 전체질의 284건 중 예산·재정 관련 질의는 144건으로 절반 가량에 불과했다. 그 대신 당시 여야 대립의 핵심 이슈였던 ‘서해북방한계선(NNL)대화록’과 국정원 댓글 수사, 4대강 사업, 대선공약 폐기 의혹 등의 질의가 주를 이뤘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이미 쓴 재정에 대한 감시와 감독, 사후평가는 예산 심사만큼이나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국회가 예산 따내기에는 혈안이 되면서 결산에 열의를 보이지 않다 보니 정부 또한 결산 지적사항을 소홀히 여긴다”고 지적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