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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27년간 무분규를 기록한 국내 대표적인 노사상생 기업 15개 중 적지 않은 회사가 통상임금으로 인한 노사갈등으로 무분규 기록이 깨질 위기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일보가 21일 10년 이상 장기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약 타결을 기록(평균 무분규 기간 26.9년)한 대표 노사상생 기업 15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통상임금으로 인한 노사갈등으로 40%는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었고, 20%는 수십 년간 유지해온 무분규 기록이 올해 깨질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인 장기 무분규 기업은 CJ대한통운(53년), 한국타이어(52년), 유한양행(39년), 금호석유화학(26년), 현대엘리베이터(26년), ㈜한라(25년), 한국전기안전공사(25년), 한국가스안전공사(25년), 대우조선해양(24년), 넥센타이어(21년), OCI(20년), 현대위아(19년), 현대중공업(19년), 현대미포조선(17년), KT(13년) 등이다.

올해 임단협 교섭 진행 현황을 살펴본 결과, 교섭을 완료한 기업은 대우조선해양 등 4개사(26.7%)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핵심쟁점인 통상임금 범위 확대는 추후 다시 논의키로 해 노사 갈등의 불씨가 아직 살아있는 셈이었다. 현대중공업 등 9개사(60.0%)는 아직 교섭이 진행 중이었고,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2개사(13.3%)가 교섭 전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현대중공업 등 3개사(20.0%)는 노사가 타협점을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어 장기 무분규 기록이 깨질 위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6개사(40.0%)의 경우엔 통상임금과 관련, 현재 소송까지 진행 중이었다. 이 중 노사가 원만한 관계 속에서 임단협 교섭을 무사히 끝낸 A사의 경우엔 퇴직자가 앞장서 통상임금 관련 소급적용 소송에 나서고 있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A사 관계자는 “노사가 서로 협력하며 수십 년간 무분규 기록을 쌓아왔는데 퇴직자가 제기한 소송이 통상임금 갈등의 불씨가 돼 노사관계에 균열을 일으키지는 않을까 우려가 크다”며 “통상임금이 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다면 노사 공멸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15개 기업(평균 정년 만 58.7세) 중 7개사는 2016년부터 시행되는 ‘정년 60세’를 법적 시행 시기보다 조기 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은 모두 임금피크제도 함께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이철행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노사팀장은 “통상임금 갈등으로 수십 년간 좋은 파트너로서 협력해 온 노사관계가 하루아침에 악화될 위기에 처한 기업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경영 환경이 어려워진 만큼 노사가 힘을 합쳐 인건비 총액이 늘어나지 않도록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