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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6사단의 남경필 경기도지사 장남인 남모(23) 상병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선임병이 후임병을 성노리개로 취급하는 병영 내 ‘남색(男色) 악습’을 이참에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육군은 20일 김요환 참모총장 특별지시로 “장난이나 친근감의 표시라는 명목하에 하급자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성추행 사례가 다수 발견된 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동성 간 성추행 등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군인권센터가 최근 작성한 군대 내 성폭력 실태 보고서에는 ‘성기 삽입 시도 또는 성기 삽입’을 목격한 병사는 19명이나 되며, 한 해 373건의 성범죄가 목격돼 하루에 한 명꼴로 성범죄 피해자가 병영 내에서 발생하지만 국방부는 성추행·성폭행 실태 파악도 제대로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 더욱 충격적이다.

20일 육군에 따르면 남 지사의 큰아들 남 상병이 “자신의 성기를 후임 A일병이 전투복을 입은 상태에서 엉덩이에 들이대고, 성기를 손으로 툭툭 치는 등 서너 차례 성추행을 했다”고 밝혔다. 남 상병은 애초 “장난 삼아 한 것”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성추행 사실을 시인했다. 육군 6사단은 19일 성추행, 초병폭행 및 모욕 등의 혐의로 남 상병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군사법원은 “피의자가 범행을 자백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며, 범행 정도가 중하지 않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육군은 금명간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육군이 부대정밀 점검과 장병 대상 설문, 면담 등을 통해 확인한 9건의 가혹행위 중 성추행 사건만 절반이 넘는 5건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병영 내에서 남자들 간 성추행·성폭력의 추악상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예컨대 강원 화천군 소재 모부대에서는 일병 3명이 장난 등의 이유로 후임 일병 7명을 대상으로 ‘볼에 뽀뽀 하기’ ‘귀 깨물기’ ‘목덜미 핥기’등 30여 차례 강제 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육군은 2001년 육군 사단장의 여군 장교 성추행 사건과, 2000년 장군의 부하 장교 부인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2001년 ‘성적 군기문란 방지 규정’을 제정했으나 병영 내 성추행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병영 내 성범죄를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후진적 성문화와 성범죄에 대한 온정주의”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