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값 수억원대… 당연히 세금물려야”

정치인 출판기념회의 ‘책값’로비의혹을 둘러싼 검찰의 본격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출판기념회에 모인 일정 기준 이상의 금액에 대해서는 과세를 통해 사실상의 탈세를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치자금법을 손질해 일정 금액을 넘을 경우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자동적으로 과세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1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세법은 실질 과세로, 뇌물로 보면 과세를 하도록 돼 있고 책값이라면 세금을 물릴 수 없다”면서 “이는 세무조사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고액이 오갔다면 그 자체는 원칙적으로 과세 대상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치기부금으로 간주돼 세액공제를 받는 10만 원의 비과세 범위를 넘어선 고액에 대해서는 당연히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 출판기념회에서는 책 한두 권 정도를 구입하는 경우 외에도 고액이 오가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얼마를 내고 받았는지, 신고할 의무가 없다. 정치인들로서는 세금부담조차 없이 필요한 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급조된 성격으로 보이는 출판기념회가 정치의 계절만 되면 하루가 멀다하고 열리고 있는 실정이다.

홍기용(경영학) 인천대 교수는 “출판기념회에서 단순한 책값 정도가 아닌,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의 돈이 오갔다면 당연히 대가를 바라는 불순한 목적, 의도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사회통념상 일정 기준을 넘으면 증여로 봐야 하는데 과세당국이 세무조사 수단을 동원하지 않는 한 일일이 따지기 힘든 상황이므로 법을 명확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이 출판기념회를 내세운 사건·사고가 표면화되기 이전에는 실상을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상 일정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 과세가 이뤄지도록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과세권자인 국세청은 매우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상식을 벗어난 대가를 겨냥한 뇌물이라면 기타소득으로 세금을 물릴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출판기념회를 축하하는 축의금 정도의 책값을 사업소득이나 기타소득으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논리다.

세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세금을 부과하기 위해서는 출판기념회에서 출판사와 해당 정치인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정확히 들여다봐야 한다”면서 “출판기념회에 대한 과세문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기 어려운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