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출판기념회, 수익 공개조차 안해… 사실상 ‘탈세’

검찰이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대한 수사를 계기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를 통한 ‘입법 로비’를 정조준하고 나서자,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출판기념회에 대한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판기념회는 국회의원에 대한 후원행사 금지 후 ‘사금고 채우기’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정치자금법 등 현행 법으로는 처벌하거나 규제·금지할 근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특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서 정확한 현황 파악도 할 수 없는 데다 출판기념회로 얻은 수익을 공개할 의무도 없어 공개적인 탈세와 로비의 현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1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자금법상 출판기념회의 수입은 따로 보고할 의무가 없어 사실상 출판기념회는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며 “출판기념회를 여는지 여부 자체도 선관위의 관할 사항이 아니어서 누가 어디서 어느 규모로 여는지 알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국회 관계자도 “때마다 출판기념회를 법 테두리 안으로 묶기 위한 입법 검토를 하고 있지만 그때 뿐”이라고 지적했다.

출판기념회의 문제는 불법적인 정치자금, ‘눈먼 돈’의 모금 창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출판기념회를 열면 인근 교통이 마비될 정도로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어 대부분 책값 이상의 금액을 내고 달랑 책 한 권만 받아간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정확히 얼마가 들어왔는지는 의원만 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입법 과정의 로비를 목적으로 거액을 ‘책값’ 명목으로 내놓거나 일종의 ‘보험’ 차원에서 의원의 소속 상임위 유관 기관들이 큰돈을 내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나마 출판기념회를 연 의원이 매년 실시하는 재산 신고에서 이를 기타소득으로 신고할 경우 소득세 부과가 가능하지만 대부분 의원들은 이를 하지 않고 있어 ‘탈세’의 의혹도 있다.

한 초선의원은 “보통 책을 내는 데 비용이 3000만~4000만 원 정도 드는데 초선 비례의원은 6000만∼7000만 원 정도 수익이 들어오고 선수가 높거나 정치적 위치가 높을 경우 억을 넘는 일도 허다하다”며 “수천만 원의 돈이 고스란히 남는 셈”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법의 허점을 악용한 출판기념회에 대해 법적인 제재를 가하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간 출판기념회 수익을 신고해온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출판기념회가 음성적 정치자금 모금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기 때문에 수익의 규모와 내용을 공개하도록 관련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준(정치학) 명지대 교수는 “정치인들이 출판기념회를 열어 돈을 모을 수밖에 없는 후진적 정치 행태의 원인을 찾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