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의 이름 말하고 뒤늦게 진술서 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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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창(52) 제주지검장이 심야에 도로변에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됐다 풀려난 가운데 체포 전후 김 지검장의 행적에 관한 의혹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김 지검장은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을 당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지검장의 행적 미스터리 = 지난 12일 오후 11시 58분 여고생 A(18) 양이 112로 전화를 걸어 “한 남성이 제주소방서 옆 분식점 앞에서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현장에 출동해 A 양과 함께 주변을 탐문하다 10여 분 만에 분식점 앞에서 김 지검장을 발견했다. A 양은 “얼굴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녹색 칼라티와 베이지색 바지, 머리가 벗겨진 것으로 보아 맞는 것 같다”며 김 지검장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경찰은 현장을 급히 떠나 약 10m를 걸어가던 김 지검장에게 다가가 신원을 확인하려 했지만, 김 지검장이 30여 분간 거부하자 13일 0시 45분쯤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사건 현장 주변은 심야시간 인적이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당시에도 김 지검장 외에는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사건 발생시간과 같은 시간이었던 18일 오전 0시부터 1시까지 약 1시간 동안 단 2명의 행인만 사건 현장 앞을 지나갔다.

김 지검장이 경찰에 연행된 뒤에 신원을 밝히지 않은 점은 이번 사건의 가장 큰 미스터리다. 김 지검장은 관할 지구대인 오라지구대에 연행된 뒤에도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신원확인을 거부하다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 입감 직전에 친동생 이름을 댔고 지문조회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그제야 ‘김수창’이라는 이름을 밝혔다. 그러나 이 당시에도 경찰은 ‘김수창’이 김 지검장인지 확인하지 못했다. 결국 김 지검장은 유치장에서 밤을 지낸 뒤 제주지방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고 13일 오전 11시 30분쯤 귀가했다.

김 지검장이 뒤늦게 운전기사를 통해 진술서를 제출하며 해명하려한 점도 의문이다. 김 지검장은 14일 오라지구대에 운전기사를 보내 “신고자가 다른 사람으로 오인한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진술서를 건네는 상황에서 운전기사와 경찰관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며 경찰은 운전기사를 모욕죄로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그가 검찰직원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날 오후 김 지검장의 신분도 함께 드러났다.

◆혐의 강력부인하는 김 지검장 = 김 지검장은 17일 서울고검 기자실을 직접 방문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지검장은 “관사 주변을 산책하던 중 분식점 앞 테라스 테이블에 앉아 휴식을 취하다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당시 술에 취하지도 않았고 음란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당시 테라스에 나와 옷차림이 비슷한 사람이 있었는데 경찰이 오해해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신분을 감춘 이유에 대해서는 “현직 검사장이 공연음란 혐의로 입건돼 조사 중이라는 사실 자체가 검찰 조직에 누가 될 것을 염려해서 그랬다”고 해명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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