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형이 아닌 평상형 내무반, 낡아빠진 철제 관물대, 태부족한 개인 생활공간….

“상상을 초월하네요. 이런 데서 어떻게 병영생활을 한단 말입니까.” 육군 28사단에서 벌어진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이후 국방부 차원에서 출범한 민관군 합동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위원들은 12일 오후 28사단을 방문하면서 보인 반응이다. 위원회 2분과인 병영문화개선위원회 위원 17명은 첫 방문지로 28사단 포병연대 A포병대대 의무대를 찾아 병영환경과 장병들의 고충을 들었다. 이날 부대 방문은 사건 현장 확인과 함께 인접 부대 불시점검이 포함돼 있다. 28사단은 사단장인 이순광(육사 40기) 소장이 윤 일병 사건 후 보직해임 처분을 받았지만, 아직 후임자가 선정되지 않아 부대지휘를 맡고 있다.

사건이 일어난 장소를 둘러보며 위원들은 장병들의 열악한 생활환경에 놀랐고 병영환경 개선을 집중 제기했다. 윤 일병이 생활하던 내무반은 ‘침대형’이 아닌 ‘평상형’으로, 철제 관물대 10여 개 외에는 개개인의 생활공간이 부족했다.

안양옥(한국교총 회장) 위원은 “전방일수록 시설이 낙후됐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며 “아직도 이렇게 침상형 생활을 하는 부대가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위원들은 “병영생활을 이렇게 하는 것은 결국 사단장 등 지휘부의 책임”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대 관계자는 “생활관 시설을 신식으로 바꾸고 싶어도 28사단은 국방개혁에 따라 해체되는 부대이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 확인 후 민관군 혁신위원들은 인접 부대를 중심으로 육군의 협조를 통해 불시점검에 들어갔다. 불시점검은 해당 부대에 통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방문해 선·후임 병사와 초급장교 등 3개 계급으로 장병을 나눠 간담회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불시점검이 이뤄진 부대는 2군지사 56탄약대대와 26사단 예하 231대대로, 해당 부대들은 유격훈련과 부대 정밀진단 와중에 민관군 혁신위를 맞아 분주한 모습이었다. 간담회 자리에서 2분과 위원장인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장병들에게 “병영문화를 바꾸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부대 방문인 만큼 허심탄회하게 속에 쌓아둔 이야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장병들은 ‘문제가 없다’는 식의 ‘모범대답’을 내놓았다. 민관군 혁신위는 향후 두세 차례 더 야전부대를 방문할 예정이다.

국방부 공동취재단,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