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눈물 12일 경기 연천군에 있는 육군 28사단의 한 부대를 방문한 민관군 합동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위원이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모 일병이 근무했던 내무반을 보고 나오면서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울음을 터트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병은 신세대인데 군 문화는 전근대적이고 구시대적이며 폐쇄적”이라면서 “군이 병영문화를 21세기형으로 바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지적에 따라 13일 오후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최윤희 합참의장을 비롯해 각군 총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1·2·3군 사령관 등 140여 명이 참석하는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는 ‘병영문화 혁신 방안’이 핵심 의제로 올라있다.

김대영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이날 “우리나라 군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이스라엘군이나 미군들은 완전히 군기 빠진 망나니 군대”라면서 “무조건 윗사람의 말에 복종하고 소통이 전혀 없는 군대 문화 자체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군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후임병에 대한 폭력과 폭언에 명분을 준 꼴이 됐다”면서 “21세기형 군기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도 “이번에 사망한 윤 일병이 구타를 당한 것은 대답이 느리고 좀 어눌하다는 게 이유였다”면서 “대답을 잘하고 빨리 움직이는 게 이등병, 일병의 자세이고 군기가 든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이 대형사고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대표는 “윤 일병 같은 병사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20대 청년”이라며 “군기에 대한 개념 정립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이 같은 사고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병사들의 ‘낙후된 생활공간’ 역시 개선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의 국방개혁 영향으로 통폐합 예정 부대가 크게 늘면서 이들 부대에 대한 시설 개·보수 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28사단 역시 이 중 하나로 낙후된 시설로 인해 장병들이 받는 스트레스가 심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표도 “28사단 의무대를 방문했을 때 마치 1970년대 시골 마을의 이발소를 보는 느낌이었다”면서 “사회에서 비교적 편안한 생활을 하다가 전입한 후 병사들이 받았을 충격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최근 간부들 생활관 개·보수 작업을 앞다퉈 하고 있는데 병사들은 뒷전”이라면서 “이런 스트레스만 줄여줘도 병영내 사건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사들이 병영생활의 고충과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대폭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대영 위원은 “군 간부들에게는 노출 위험성 때문에 솔직한 이야기를 잘 털어놓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민간 상담인력을 대폭 늘려 병사들이 속에 있는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 대표는 “예산상의 문제로 민간인력 활용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초급 간부들을 중심으로 병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야 한다”면서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병사들의 고민을 그때그때 해결해줘야 구타나 가혹행위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