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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가면 부산밀면이 있다. 부산밀면은 밀가루를 면발로 만든 냉면이다. 부산밀면은 6·25 전쟁에 의해 이북에서 온 피란민들에 의해 첫선을 보였다고 한다.

한국 전쟁 당시 부산으로 몰려든 피란민 중에 이북 지역 출신들이 많았다. 그들은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고향에서 먹던 메밀로 냉면을 만들어 먹으려 하였으나 메밀을 구하기 힘들어 메밀 대신에 미군 구호품인 밀가루로 만들어 먹었다. 그것이 바로 지금의 ‘부산밀면’이 됐다는 얘기다.

부산밀면의 원조가 어디인지에 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고 이영순 씨는 1919년부터 함경남도 흥남시 내호리 내호시장에서 ‘동춘면옥’이라는 상호를 걸고 냉면을 팔았다. 6·25 전쟁 때 1·4 후퇴로 부산 남구 우암2동에 피란을 와서 ‘내호냉면’이라는 가게를 냈고, 이 씨의 딸인 고 정한효 씨 역시 냉면을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 ‘내호냉면’ 집에서 팔던 냉면이 바로 밀면이었다. 다른 이야기로는 함흥 출신의 모녀가 부산에서 냉면집을 열면서 메밀로 만든 냉면 면발이 부산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자 밀가루로 대신 밀면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것이 있다.

경남 진주의 밀국수 냉면이 부산밀면의 원조라는 주장도 있다. 진주는 원래 멸치로 국물을 낸 밀국수 냉면이 있었는데 1925년 경남 도청이 진주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면서 진주의 밀국수 냉면이 부산으로 와서 부산 밀면으로 정착되었다고 한다.

부산 지역에서는 가야밀면, 개금밀면이 밀면 전문점으로 유명하다. 부산밀면은 가는 밀 면발과 시원한 육수에 살코기, 달걀, 절인무 등을 곁들이는 것이 냉면과 비슷하면서, 위에 붉은 고추양념장을 듬뿍 올려놓은 뒤 면발을 자르지 않고 양념장을 잘 섞어 먹으니 시원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지난주에 부산 시내의 밀면전문점을 수소문하여 점심시간에 찾아갔었다. 부산 시내 번화가 골목길에 있는 밀면전문점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는데 자리에 앉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행히도 주문한 밀면이 빨리 나왔으며, 양이 많았고 가격도 5000원으로 저렴했다.

부산 이외의 지역 중에서 밀면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제주도이다. 제주도는 밀면의 면발에 100% 밀가루를 사용하며, 고기국수의 면발처럼 면발이 상당히 굵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국물은 육수가 아닌 멸치를 사용하거나 돼지고기 살만을 끓여 육수를 내는 것이 특징으로 맛이 심심하다. 제주의 밀면이 부산에서 유래됐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