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군 인권 법안 및 발의를 준비 중인 개정안은 모두 10여 개에 이른다. 이들 법안은 국회 공전 와중에 처리가 지연돼 정치권이 군의 반인권적인 문화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여야는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을 감안, 조속한 시일 내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군 인권 법안 처리에 나서는 등 ‘군 사법제도 개편’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가장 관심을 받는 법안은 국회 내 군사옴부즈만을 두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군인 지위 향상에 관한 기본법안’이다. 해당 법안을 대표 발의한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7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군대가 스스로 문제를 푸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보 접근권, 부대 방문권, 군인의 기본적 인권침해행위 및 불편·부당한 처우에 대한 시정·개선 권고권을 가지는 군사옴부즈만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2의 윤 일병이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에 따르면 그동안 군대 내 인권침해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로 조직의 폐쇄성이 지적돼온 만큼 국방부 산하가 아니라 국회에 옴부즈만을 두고 군대 내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하도록 했다. 안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이 법안을 18대에 이어 19대 국회 때도 발의했지만 지난해 6월 말 한 차례 공청회를 개최한 뒤 장기간 표류 중이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군사소위원회와 업무가 중복되고 군 조직을 외부에 공개하는 것을 꺼려 하는 국방부의 반대로 논의 자체가 지지부진한 상태다.

군 장성 출신인 한기호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2년 8월 장병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군인복무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직무에 관한 권한이 부여된 경우 외에는 병 상호간 명령을 금지하는 등 군인의 의무와 고충처리 전문상담관 운용 등 군인의 기본권 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또 임신한 여군의 무리한 근무 지시를 금지하는 내용의 ‘군인사법 일부개정법률안’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안은 임용권자가 임신 중이거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군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상 유해·위험한 업무에 근무하게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상민 새정치연합 의원은 영창 제도를 폐지하고, 군교도소를 개편하고 군구치소를 설립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군행형법 개정안을 재추진할 예정이다.

또 상관폭행치사죄 등에 대해 평시에는 사형을 삭제하고 군무이탈제의 형량을 하향 조정하며, 일부 범죄에 대해 벌금형 제도 도입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군형법 개정안’도 발의를 준비 중이다. 여야는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군 인권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19대 국회 하반기에 군 인권 관련 법안의 입법화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