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사망 사건 이후 군 병영문화 개선 대책을 담은 제안들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쏟아지고 있다. 암행어사제도부터 장병 간 평점제도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속속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7일 국민신문고 ‘공개제안’에는 군복무 문화를 개선하라는 일반 국민들의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윤 일병 사건 공개 전 하루 1∼5건 정도였던 국민신문고의 국방부 관련 제안은 사건이 세간에 알려진 이후에는 하루평균 20∼30여 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국방부를 향한 제안은 대부분 이번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의 원인이 된 가혹행위를 감시하고 적발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A 씨는 지난 4일 ‘비밀 감찰(암행어사) 제도의 도입’이란 제목으로 글을 올려 군대 내 폭행을 색출할 수 있는 비밀 장병을 두자는 의견을 냈다. A 씨는 “신병 또는 부대 전출 등으로 위장해 지속적으로 내무반에서 생활하며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암행어사 장병이 필요하다”며 “획기적인 방법을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병들 사이에 평점제도를 둬서 상호평가를 통해 폭력을 방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B 씨는 4일 ‘군대 평점제도 도입’이란 글에서 “일선 학교에서 시행되는 것과 같이 상벌점제도를 둬 장병들을 상시 평가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평가하는 방식이 아닌, 장병 간 비밀 투표를 통해 실질적인 평가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병들이 가혹행위를 바로 신고할 수 있는 창구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C 씨는 6일 “국방부 홈페이지에 국민신문고와 같은 ‘병영신문고’를 만들어 가혹행위나 불만 사항을 바로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D 씨는 “신병들에게 헌병대와 연결된 경보기를 지급, 가혹행위시 누르면 헌병대가 바로 출동할 수 있게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같은 제안들 외에 ‘사병 계급 폐지’, ‘모병제 실시’, ‘휴대전화 지급’ 등 다양한 의견이 있었다.

임운택(사회학) 계명대 교수는 “비민주적인 군대문화 개선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이 같은 제안이 많이 나오는 것”이라며 “국가가 무능력하게 대응한 사건에 대해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공론화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위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