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중만 작 ‘Eclipse on a Cold Winter Night(추운 겨울밤의 월식)’. 동북아역사재단 제공

“이런 사진을 찍고 또 공감할 수 있는 건 대한민국 국민밖에 없어요. 일본 작가는 절대로 못하는 일이죠. 그게 힘이 됐고, 또 부담이기도 했습니다.”

패션 사진으로 유명한 김중만(60) 작가가 독도를 카메라에 담았다. 동북아역사재단과 해양경찰청의 협조와 지원이 있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 이른바 재능기부. 그러나 김 작가는 이 ‘노 개런티’ 참여가 더욱 영광이었다고 말한다. “한국인으로서 또 아티스트로서 매우 특별한 기회와 경험이었다”면서.

그는 28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개막한 ‘대한민국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 전시회 현장에서 “독도는 모든 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미학·역사적 소재의 장소다. 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젠 훨씬 지혜롭고 글로벌한 방법으로 독도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가 선택한 ‘글로벌한 방법’은 독도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 그는 “독도관련 기념일 지정 등 정책이나 캠페인은 일본도 한다. 그러나 독도 구석구석을 촬영하고 또 그 사진을 보며 감동할 수 있는 건 한국인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2012년부터 2년간 독도 촬영에 임하면서 기술적인 것보다 ‘마음가짐’에 신경을 썼다. 일본 디자이너의 옷은 일부러 입지 않고, 일본 브랜드 카메라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는 이에 대해 “말을 걸기가 어려운 땅이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독도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같아서 ‘꼬시는’ 게 힘들었다. 발을 디디면 강한 전기가 느껴질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2년간 2만여 장의 사진을 찍었고 이번 전시에는 55점을 출품했다. 한눈에 독도임을 알 수 있는 사진도 있지만, 달빛 아래 섬의 일부만 드러나거나 노을 지는 바다 저편으로 아련하게 울릉도가 보이는 장면은 독도가 아닌 ‘또 다른 섬’ 같다.

그는 사진의 제목과 도록의 설명 등을 영어로 제작했다. 해외에도 알리기 위해서다. 전시를 주최한 동북아역사재단의 관계자는 “독도 사진전은 우리만 봐선 의미가 없다. 곧 해외 전시에 나설 계획이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독도의 사계절 중 아직 겨울을 제대로 찍지 못한 게 아쉽다. “언제든지 가라고만 하면 갈 겁니다. 태풍이 오거나 눈이 와도 독도에서 잘 지낼 자신이 있습니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