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대못규제 뽑지 못하고 ② 경제활성화 법안 미적
③ 배당소득 확충 리스크 ④ 기업과세만 계속 늘어

재계가 ‘새 경제팀의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겉으론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도 속으론 적잖게 실망한 모습이다. 경제활성화를 위한 파격적인 정책수단들을 기대했지만 당장 투자에 나설 만한 유인보다는 몸을 사릴 변수들만 등장했기 때문이다. 재계의 실망을 압축하면 4가지다.

우선 기업들은 약해지는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를 지목하고 있다. 경제정책 방향 가운데 규제개혁 관련 내용은 소상공인 등에 대해 규제를 면제해 주는 ‘규제 차등적용 제도’, 기업이 보완방안을 마련할 경우 규제개선 조치를 할 수 있는 ‘기업제안 규제개선 제도’ 도입이 전부다. 4대그룹 관계자는 “사실 1차규제개혁장관 회의 이후 정부가 풀어준 규제는 ‘푸드트럭’과 같은 생계형, 민원성 과제가 대부분”이라며 “이번에 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할 조치를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전했다. 이른바 ‘대못 규제’에 대한 개선방안이 나오지 않는 데 대한 실망감이다.

경제활성화법안들의 국회 통과를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 것도 한 요인이다. 지난 경제팀이 추진해오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경제활성화 법안은 70여 개에 달한다. 서비스산업발전 기본계획을 담은 ‘서비스산업발전법’, 학교 부근에 관광·숙박 시설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크루즈 산업 육성법’ 등이 대표적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서비스산업 활성화만이 일자리 창출과 내수진작의 지름길이라며 얼마나 목소리를 높였느냐”며 “그때와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처럼 느껴져 당황스럽다”고 했다.

기업들은 새로운 ‘리스크’가 생긴 것에 더 발끈하고 있다. 정부가 소비여건 개선 대책으로 내놓은 배당소득 확충 방안이 그중 하나다. 정부는 연기금이 기업의 배당정책에 관여하더라도 경영참여목적 투자가 아닌 것으로 간주해 경영참여목적 투자에 따른 불이익(단기매매차익반환 등)을 배제키로 했다. 사실 연기금은 ‘공룡투자자’다. 국민연금만 해도 300개 가까운 상장사에 대해 5%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막강 파워’를 동원해 기업들의 배당 확대를 압박하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인 셈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배당 확대에 집착할 경우 기업들은 단기 실적에 집착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그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률 제고를 도모해야 할 국민연금이 할 일이냐”고 성토했다. 일각에선 국내 연기금이 공공기관의 성격이 강하고, 전 국민 가입을 원칙으로 하는 특수성이 있는 마당에 사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주주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연금사회주의’가 아니냐는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기업들은 향후 발생하는 이익을 인건비·투자 등의 재원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한다는 기업소득 환류세제에 대해서도 “사실상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로 이중과세”라고 반발하고 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