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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돼 온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방안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지만 세계 최초로 비상장기업뿐만 아니라 상장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향후 위헌 논란 등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24일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기업소득환류세제(가칭) 도입안’을 공개하면서 중소기업을 제외한 자기 자본이 일정 규모 이상인 모든 법인을 대상으로 세금을 물리겠다고 밝혔다. 단 기존에 형성된 사내유보금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리지 않고, 내년부터 새로 쌓이는 사내유보금에 대해서만 과세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한 해 동안 발생한 이익(당기 이익)에 일정 비율을 곱해서 산출한 금액에서 투자·임금 증가·배당 등에 사용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대상으로 세율을 곱해 기업소득환류세의 규모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구체적인 세율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또 당해연도 과세 대상 금액이 결정되더라도 2∼3년 동안은 적립금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당해연도에 세금 부과 대상이 된 금액이라고 하더라도 2∼3년 내에 투자·임금 증가·배당 등으로 사용하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주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사내유보금 과세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어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표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중과세,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한 헌법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이날 강원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고경영자(CEO) 하계포럼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업의 사내유보금 과세 문제는 내가 기재부 장관으로 재임할 때도 제기됐으나 세계 표준과 동떨어져 있다는 판단 때문에 당시에도 공식적으로 반대했고,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2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내유보금이 투자활성화나 가계소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그 방법이 관건”이라며 “기업이 자신의 판단하에서 (사내유보금을) 운영할 수 있게 해줘야 된다는 것은 분명하고, 그와 다르게 기업의 사정과 전혀 상관없이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현재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처럼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하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전무하며, 기재부도 이를 인정하고 있다.

한만수(변호사) 한국세법학회장은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이라며 “설령 위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업이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을 국내로 들여오지 않을 수도 있어 국부 유출의 위험까지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박수진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