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참패 이후 홍명보 이후 체제를 고민하는 한국 축구의 롤모델은 4강전에서 브라질을 7-1로 대파하고 결승에 진출한 독일이다. 10여 년의 미래를 보고 차근차근 준비해온 독일의 인내와 프로그램을 배울 필요가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 독일 대승의 이면엔 14년간 다져왔던 체계적인 시스템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독일은 1994 미국월드컵과 1998 프랑스월드컵에선 8강에 그쳤고 유로 2000에선 조별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며 쇠퇴기를 겪었다. 이에 독일축구협회(DFB)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세우고 축구를 근본부터 바꿔나갔다.

독일이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유소년 팀의 재정비. 독일은 수년간에 걸쳐 세계를 돌며 다른 나라의 훈련방식을 연구했다. 그러나 독일은 FC 바르셀로나나 아약스 등 유명 유소년 팀의 운영방식을 그대로 도입하기보단 독일에 맞춘 새 시스템을 만들었다.

두 팀이 자신들이 끌어모은 유망주의 재능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주력했다면 독일은 ‘모든 지망생들이 같은 축구를 즐기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독일은 축구를 처음 시작하는 6∼8세의 유소년 선수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패스와 슛 교육을 하도록 했다. 이는 이들이 성장한 뒤에도 프로팀에 가더라도 쉽게 적응하고 실력을 키울 수 있게 되는 토대가 됐다. 또 모든 분데스리가 1부 팀들이 고등학생 유소년 팀을 운영하도록 강제했다.

2010년 기준 독일 프로팀들은 유소년 축구에 연간 약 8500만 유로(약 1171억 원)를 투자했는데, 이는 지난 2002년의 약 2배 규모다. 그 결과 독일은 현 대표팀의 주축인 토마스 뮐러(25), 마리오 괴체(20·이상 바이에른 뮌헨), 안드레 쉬를레(24·첼시), 마츠 후멜스(26·도르트문트) 등을 배출했다.

연속성 있는 대표팀 운영도 독일의 성장 원동력으로 꼽힌다. 요아힘 뢰브(사진) 감독은 지난 2006 독일월드컵 당시 코치로 있다 대회 직후 감독으로 선임돼 8년간이나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뢰브 감독 아래 독일은 큰 변화는 없지만 유망주들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며 전력을 강화했다. 블룸버그는 “독일은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 같은 축구선수가 나오는 행운 없이도 최강팀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