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은 안 걷히는데 쓸 데는 급격히 늘어나면서 올 하반기에 ‘증세(增稅)’ 논쟁이 불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가계와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은 “경기가 급전직하로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 부담을 늘리는 조세 정책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기업들의 세 부담을 줄여 기업들의 활력을 키우는 게 중장기적으로 세수기반을 확충하는 데 득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7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의 세수 목표치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세수 부족분에 대해서는 아직 부가가치세 1기 확정신고(7월), 법인세 중간예납(8월) 등 세수 규모가 큰 세금의 상반기 실적이 집계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6조∼8조 원 정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목표치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하반기에는 증세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정부는 오는 8월 국회에 제출할 세제개편안을 통해 올해 일몰(정해진 만료 시한)이 도래하는 비과세·감면 내역을 정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규모가 큰 고용창출(임시) 투자세액공제(2013년 감면액 1조8460억 원)에 대해서는 벌써부터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는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비과세·감면 중에서 두 번째로 세수 감면 규모가 큰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에 대한 소득공제(〃 1조3765억 원)를 줄이는 방안도 ‘유리알 지갑’을 가진 근로소득자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 확실시돼 현실적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현재 3단계인 법인세 과표 구간을 2단계로 축소해 중소기업에 대해 ‘사실상의 증세’를 하는 방안이나 일부 학자들이 제기하고 있는 부가가치세율을 10%에서 13%로 높이자는 주장,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을 인상하는 문제 등은 본격적인 증세 논의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이념적 성향에 따른 국론 분열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설령 논의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단시일 내에 결론이 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국내 경기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섣부른 증세는 국가 경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존 재정 지출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점검하고 지하경제 양성화 등을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순서가 맞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