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다. 작은 것을 탐하다 큰 것을 잃는다는 말도 있다. 군(軍)이 최전방 일반소초(GOP) 총기 참사의 범인 임 모 병장을 병원에 입원시키면서 ‘가짜 임 병장’까지 동원하고, 이것이 들통나자 거짓말까지 꾸며댔다는 의혹이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군 입장에서 이런 ‘작전’까지 펼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런 꼼수야말로 군에 대한 민(民)의 신뢰 추락을 자초하는 황당한 발상이라는 사실부터 알아야 한다. 당장 그런 속임수가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앞으로는 누구도 군의 그런 말을 믿지 않으려 할 것이다.

지난 21일 GOP 총기 난사 사건 직후 탈영한 임 모 병장이 23일 붙잡히는 과정에서 자해를 시도해 중상을 입었다. 군은 병원으로 후송하면서 가짜 임 병장을 군용 앰뷸런스에 태워 응급실로 이송하고, 진짜 임 병장은 129 구급차에 실어 지하 통로를 통해 입원시켰다고 한다. 이 바람에 가짜의 모습이 국민에게 전해졌다. 국민 전체를 기망(欺罔)한 행태다. 과연 그럴 상황이었는가. 취재진은 접근제한선을 지켰다. 목숨이 경각에 달린 중환자를 위협하는 언론인은 없다. 그런 발상은 취재진과 언론 모독에 다름아니다. 정작 시간을 끈 것은 군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꼼수 작전’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자동차로 10분 거리를 이송하는 데 1시간 이상 걸렸다고 한다. 거짓이 밝혀진 뒤의 대응은 더 황당하다. 군은 “병원에서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병원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129 환자인수팀이 낸 의견”이라고 말을 바꾸었다고 한다.

군에 책임이 돌아갈 큰일만 터지면 거짓말과 조작을 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군의 발표를 곧이 곧대로 믿기 어려운 정황은 이번에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일부 유족은 “군 당국으로부터 언론과의 인터뷰 등 접촉을 삼가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2년 전 ‘노크 귀순’ 때도 처음에 다른 주장을 하다가 뒤늦게 진상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22사단뿐만 아니라 군 내부에 만연한 측면도 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엔 폭침 시간, 사격 대상을 ‘새떼’로 왜곡하는 등의 일이 있었다. 북한 무인기와 관련해서도 북한제라는 것을 쉬쉬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은 바 있다. 군은 이제부터라도 민·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투명성을 높이는 등 비정상의 정상화를 서두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