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학자 김갑영의 우리 음식 이야기-용봉탕(龍鳳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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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봉탕은 ‘물의 용(龍)’을 상징하는 잉어와 ‘하늘의 봉황(鳳凰)’을 대신하는 닭을 합친 의미로, 잉어와 닭을 주재료로 각종 부재료를 넣고 푹 고아 국물을 뽀얗게 우려낸 백숙이다. 용봉탕에는 보통 묵은 닭이나 오골계를 많이 썼지만 영계도 쓴다.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묵은 닭은 느끼하고 닭냄새가 많이 나서 영계를 쓰는 것이 낫다고 기록돼 있다.

잉어 다루는 법에 대하여는 조선시대 고조리서에 여러 가지로 기록되어 있다. 증보산림경제에 따르면 잉어는 살아 있는 것을 매달아 놓고 꼬리를 자른 후 피가 흘러 떨어지게 하여 흙냄새를 제거한다. 또 잉어의 배를 가르고 뼈 양쪽으로 등을 끼고 내려가고 있는 혈락(핏줄기)을 도려 낸다. 냄새를 없애기 위해 칼로 머리를 옆으로 찔러서 노란 물을 빼내고 비늘은 그대로 둔 채 큰 조각으로 토막을 낸다. 잉어를 익힐 때는 솥의 물이 끓을 때 잉어를 넣고 뚜껑을 덮은 다음 무르게 해 물이 3분의 2 정도로 줄어들 때까지 기다린다. 이어서 맛이 좋은 간장에 물을 부으면서 체에 내려 그 국물을 솥에 붓고, 신 막걸리 한 사발도 부어 다시 오래 푹 끓인다. 반쯤 익어가면 생강, 파 등을 넣고 그 즙이 묽은 죽처럼 되면 퍼내어 식은 뒤에 먹는다.

부인필지에는 비늘이 단단하게 붙어 있는 잉어를 신선한 것으로 본다고 기록돼 있다. 제사음식에서는 비늘이 있는 것을 안 쓰므로 잉어는 제사음식에 사용하지 않는다.

용봉탕이 대중화되면서 ‘용’의 재료로 잉어 대신 자라를 쓰기도 하고, ‘봉’은 사용하지 않고 ‘용’만을 쓰기도 했다. 실제로 충북 진천지방에서는 잉어 대신 자라와 토종닭으로 용봉탕을 끓여 낸다. 강인희 교수의 ‘한국의 맛’에는 용봉탕 끓이는 법이 쉽게 소개돼 있다. 우선 잉어 입을 매달아 놓고 꼬리 양쪽에 칼집을 넣어 피를 빼고 비늘을 긁어낸 뒤 토막을 내 손질한다. 영계는 머리와 발을 잘라내고 내장을 꺼내서 깨끗이 손질해 물을 넉넉히 붓고 푹 삶는다. 닭이 거의 물렀을 때 잉어 토막을 넣어 충분히 익도록 끓인 다음 간을 맞춘다. 닭이 완전히 익으면 건져내어 껍질을 벗기고 살을 굵직하게 뜯어서 양념해 무친다. 버섯은 각각 손질해 골패 모양으로 썰어 기름에 볶는다. 달걀은 황백지단을 부쳐 마름모꼴로 썬다. 대접에 잉어를 담고 양념한 닭고기를 얹은 후 뽀얗게 우려낸 국물을 붓고 버섯, 황백지단, 실고추를 보기 좋게 고명으로 얹어 내면 된다.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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