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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수프를 시키면 수프 위에 초록색 가루가 뿌려져 나온다. 이 가루가 바로 파슬리다. 파슬리는 이처럼 주로 음식 위에 흩뿌려 먹는 식재료로 쓰이며 수프나 소스, 샐러드, 튀김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즙을 내어 소스나 드레싱에 첨가할 수도 있다. 여러 음식에 ‘한약방의 감초’처럼 모습을 나타내기에 ‘서양의 감초’로도 불린다.

파슬리가 이처럼 요리에서 활용도가 높은 것은 자기만의 특유한 향 때문이다.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는 이 향은 아피올과 피넨이라는 정유(精油·향기가 강한 휘발성 기름) 성분에 의한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파슬리를 ‘향나물’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다. 사실 파슬리가 구취, 즉 입 냄새 제거에 유익한 식품으로 정평을 얻고 있는 것도 파슬리에 함유된 아피올 성분 때문이다. 특히 아피올 성분은 한국인들의 입 냄새에 한몫하는 마늘 냄새 제거에 효력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마늘을 먹은 뒤나 흡연, 음주 후에 파슬리를 몇 번 씹으면 텁텁한 입 냄새가 가시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파슬리의 이 같은 정유 성분은 내장 안에서 부패를 일으키는 박테리아 번식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식욕을 촉진시키는 역할도 한다. 특히 박테리아와 관련해서는 파슬리를 집에서 키워보면 곧 알 수 있다. 파슬리에선 병충해로 인한 피해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또 파슬리는 생선이나 달걀 같은 산성 식품을 섭취한 후에도 입 냄새 제거에 유용하게 작용한다. 이는 파슬리가 알칼리성 식품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린내 나는 생선을 섭취한 후 파슬리를 조금 씹어 먹으면, 음식이 중화되며 입안이 개운해진다.

파슬리는 인체에 유용한 정유성분 외에도 비타민A, 비타민C를 다량 함유하고 있으며, 마그네슘, 칼슘, 철 등 각종 무기질이 많이 들어 있어 영양이 풍부한 식품 중 하나로 꼽힌다. 우선 항산화 효능이 뛰어나다는 비타민A와 비타민C부터 보자. 비타민A의 경우 인체에서 비타민A로 합성되는 베타카로틴이 100g당 2941㎍ 들어 있는데 이는 당근의 베타카로틴 함량(7620㎍)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호박(712㎍)보다는 훨씬 높은 수치다. 비타민C 역시 마찬가지다. 파슬리의 비타민C 함량은 100g당 139㎎으로 레몬의 비타민C 함량 70㎎보다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성인 일일 비타민C 권장량은 70㎎이다.

또 파슬리에 풍부한 비타민B군은 면역체계를 강화해주고 신진대사를 촉진한다. 파슬리를 섭취하면 노화가 지연되고 암, 심장병, 뇌졸중, 백내장의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는 것도 그 같은 비타민 함량에 근거한 것이다.

파슬리에서 또 눈여겨볼 성분은 칼슘과 마그네슘이다. 특히 골격 형성에 큰 역할을 하는 칼슘의 경우 100g당 206㎎ 들어 있는데 우유(120㎎)보다도 많다. 그리고 천연진정제로 알려진 마그네슘도 파슬리에는 100g당 42㎎으로 많이 들어 있다. 근육의 수축·이완작용에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교대로 작용하는데 이완작용을 하는 것이 바로 마그네슘이다. 파슬리를 먹으면 신경이 안정되고 초조, 불안감이 덜어지는 것도 칼슘과 마그네슘 등 풍부한 미네랄 성분 때문이다.

파슬리는 천연의 이뇨제로도 유명하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가 소금기가 많은 젓갈이나 장아찌 종류를 섭취할 때 파슬리를 함께 먹으면 이뇨 효과가 있어 부종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최근 국내외 연구 결과들은 파슬리의 항암효능에도 주목하고 있다. 파슬리나 양파, 카모마일 등에 들어 있는 아피게닌은 플라보노이드 성분의 일종으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립선암, 유방암, 결장직장암, 폐암 등의 발병위험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진 인슐린 유사 성장호르몬-1(IGF-1)의 수치를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아피게닌은 세포자살(apoptosis)을 유도하여 암세포를 제거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한편 파슬리를 구입할 때는 잎이 진한 녹색으로 잎자루와 잎맥 사이의 간격이 짧고 광택이 있는 것이 좋다. 누런색이 나거나 꽃이 핀 것은 신선도가 떨어진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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