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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은 생명력이 매우 강한 식물이다. 뿌리를 캐고 잔뿌리만 조금 남아도 거기서부터 다시 살아난다고 한다. 칡이 지닌 각종 약효도 그 같은 칡 특유의 생명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동의보감에는 칡뿌리에 대해 ‘성질은 평하고 서늘하다. 맛이 달며 독이 없다. 풍한으로 머리가 아픈 것을 낫게 하며 땀이 나게 하여 표를 풀어주고 땀구멍을 열어주며 술독을 푼다. 번갈을 멈추며 입맛을 좋게 하고 소화를 잘되게 하며 가슴에 열을 없애고 소장을 잘 통하게 한다’고 돼 있다.

이 같은 효능 때문인지 민간에서는 오래전부터 칡을 식품 이상의 귀한 약재로 여겨 왔다.

칡의 효능들은 최근 과학적 성분 분석을 통해 하나씩 밝혀지고 있는데 감기나 알레르기성 비염 등으로 인한 코막힘 등의 증상에 좋은 것도 칡이 지닌 각종 항산화 성분들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칡은 전통적으로 해열작용이 뛰어난 약재로 한방에서 처방돼 왔다. 한의사들은 칡이 피부혈관을 확장해주고, 이로 인해 땀구멍을 열어줘 땀이 나게 해 열발산을 촉진하는데 그 과정에서 막힌 코가 뚫린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방에서는 축농증이나 비염, 코막힘이 심할 때는 칡에 천궁과 신이 등을 가미한 갈근탕을 처방하기도 한다. 민간에서도 날씨가 추워서 코가 막히고 재채기가 멎지 않을 때에는 칡차를 즐겨 음용했다.

최근 칡이 지닌 코막힘 해소 효능과 관련, 각종 플라보노이드 성분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나는 효과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식물 속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일반적으로 혈압을 낮추고, 뇌혈관 및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늘려주며 심근의 산소소비량을 줄이고, 혈중의 산소공급량을 늘린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칡에는 그와 같은 플라보노이드 성분들이 다이드진(daidzin)과 다이드제인(daidzein), 푸에라린(puerarin) 등의 형태로 들어 있다.

이 같은 플라보노이드 성분들은 면역력 저하로 인해 비롯되는 감기, 알레르기 등에 의한 코막힘 증상에 유용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산화 효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이 성분들은 체내에 과잉 생성된 활성산소가 단백질과 DNA의 손상 및 세포막지질의 과산화를 촉진해 유발하는 노화뿐만 아니라 심장병, 당뇨병, 관절염 등 각종 성인병 예방에도 효율적으로 작용한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다이드진은 알코올 흡수율을 낮춰준다. 또 다이드제인과 푸에라린은 항염증 효능을 지녔다. 칡의 플라보노이드 성분들은 중금속의 체내 배출에도 유용하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

특히 다이드제인 성분은 마치 파파베린 성분처럼 몸의 통증을 줄여주는 진경작용을 해 편두통, 고혈압, 협심증 등에도 유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칡에는 식이섬유와 사포닌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성인병 예방에 좋다. 칡의 쌉싸래한 맛을 내는 성분인 사포닌은 호흡기 내 점액 분비량을 늘려 알레르기성 비염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이외에도 칡에는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대두의 30배, 석류의 626배나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고, 열이 나며, 우울증을 유발하는 여성들의 갱년기 증상 치유에 유익하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부족하면 골다공증도 심해질 수 있다.

숙취 해소에 칡차를 권하는 것은 카테킨 성분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차 특유의 떫은맛 성분인 카테킨은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를 돕는데 칡의 카테킨 또한 같은 작용을 해 간 기능을 보호해준다. 카테킨 성분은 암 예방에 좋은 것은 물론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당 수치를 저하시켜 동맥경화 예방에도 좋다고 한다.

한편 칡을 구매할 때는 암칡과 수칡을 구분해 구입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굵고 통통한 것이 암칡이며 상품으로 여겨진다. 암칡은 먹었을 때 수분이 많이 나오며 단맛도 강하다. 또 중국산 칡은 잘라놓은 절편의 크기가 비교적 작고 독특한 향기가 있으며 약품냄새가 난다.

＜도움말 = 안준철 동양한의원 원장＞

글 =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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