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자료 : KISTI

정부출연연구소(정부출연연)인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창조경제의 선봉장’으로 불린다.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해외시장에 진출하려 할 때 든든한 지원세력이 돼 주기 때문이다. 이는 과학기술 분야 국가연구소를 ‘중소기업의 연구·개발(R&D) 전진기지화’하겠다는 정부의 구상과도 맞아떨어져서 다른 출연연의 부러움 섞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1962년 설립된 KISTI는 원래 국내 최강의 슈퍼컴퓨터 보유기관으로 ‘연구기관을 위한 연구기관’을 표방하며 출발했다. 해외의 최신 과학기술 정보를 발빠르게 입수·분석한 뒤 다른 연구기관이나 대학, 기업 등에 제공하는 게 주된 임무였다.

그러나 2000년 말부터 서서히 산학연(産學硏)을 아우르는 현장형 지원기관의 성격을 보강해갔다. 2009년 출범한 과학기술정보협의회(ASTI)가 대표적인 사례다. 산학연 지식생태계인 ASTI는 전국에 15개 지부를 두고 총 1만2000여 회원을 거느린다. 주된 회원은 8000여 명의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이며, 3000여 명의 대학교수와 1000여 명의 공공기관·출연연 관계자로 구성된다. 이들은 온·오프망을 통해 정례적으로 기술 정보를 교환하고, 아이디어의 상품화 전단계에 필요한 실험 등 특히 중소기업에 부족한 R&D 과정에서 탁월한 시너지를 낸다.

KISTI는 정보분석연구소 아래 중소기업정보지원센터를 별도로 두고 있다. KISTI 전체 직원의 10%, 지원인력 55명까지 포함하면 총 25%의 연구원이 중소기업을 돕는 셈이다. 더욱이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들을 위해 전국 7개 광역권으로 나눠 밀착형 지원을 해준다.

현재 기업이 보유한 역량에 맞춰 계속 추진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사업 아이템을 찾아주는 유망아이템 발굴, 기업의 신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사업화 가능성이 있는지 진단해주는 R&D 기획 지원,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중소기업 기술개발 속도와 정확성을 높여주는 슈퍼컴퓨팅 지원 등이 그것이다. 과학기술 지원을 통한 ‘중소기업의 강소기업화’가 KISTI의 궁극적 목표이다.

KISTI는 지난 한 해 동안 이 같은 R&D 기획과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시장분석, 글로벌 진출 지원을 통해 총 90개 대표기업에 282건의 성과를 내도록 도왔다. 이에 따른 전년 대비 총매출증가액은 2928억 원, 신규고용 인원만 해도 453명에 달하는 등 실질적인 중소기업 지원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KISTI의 R&D 기획 지원을 받은 기업의 R&D 성공률은 85.6%에 달한다. 중소기업청이 집계한 중소제조업체의 R&D 성공률 57.1%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눈감고 총을 쏘기보다 목표물로 정밀 유도해주는 지원방식이 효과적이란 게 입증된 것이다.

또 하나는 슈퍼컴퓨팅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이다. 돈을 들여 시제품을 만들어보기 전에 가상 모델과 운전을 해보는 기법이다. KISTI 보유 슈퍼컴퓨터 활용기업은 R&D 기간을 55.7% 단축했고, 개발비용도 59.2%나 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사업화 성공률도 39%를 기록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표한 정부 R&D 사업의 성공률 20%라는 평균치를 2배가량 웃도는 놀라운 성과다.

㈜NUC전자는 녹즙기 특허분쟁과 제품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011년 KISTI의 문을 두드린 이 회사는 원액기와 전기그릴 등 새 가공기계의 사업성을 알아보기 위해 슈퍼컴퓨터를 사용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착즙기 스크루의 최적 각도와 조건을 알아내고 이를 설계에 반영하는 등 성능 개선에 주력한 결과, 2010년 19억 원이던 연매출이 2013년 515억 원으로 급증했다. 라인증설로 100명의 인력을 신규 고용했음은 물론이다.

박영서 KISTI 원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슈퍼컴퓨팅 인프라 구축과 기술 개발, 제4세대 R&D 패러다임을 위한 과학기술 빅데이터 연구, 중소기업의 강소기업화를 위한 중소기업 지원이 우리의 3대 중점영역”이라고 밝혔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