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국사 연구 1세대 학자로서 동아시아사 연구를 개척한 역사학자 녹촌(鹿村) 고병익(1924∼2004·사진)을 기리는 추모문집 ‘거목의 그늘’(지식산업사)이 30일 출간됐다.

책은 녹촌 10주기(5월 19일)를 맞아 제자들이 1년간 기획해 내놓은 것이다.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 김학준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 이수성 전 국무총리, 이성무 한국역사문화원장부터 크리스티안 슈바르츠실링 전 독일 통신부 장관, 이마미치 도모노부(今道友信) 전 도쿄(東京)대 교수 등 국내외 지인 80여 명이 고인에 대해 쓴 글이 묶였다.

독일 유학 시절 현지 학자들과 함께 동양사와 역사 연구법을 논의한 일화, 서울대 총장 시절 도청과 미행을 당하면서도 학생운동 탄압을 막으려 노력한 비화, 외국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시절 공산권 국가까지 넘나들었던 실크로드 탐방의 뒷이야기 등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간행위원회는 “선생이 20세기 후반기 동안 만난 나라 안팎 다양한 사람들의 회고담이자 그 자체로 한국 역사학계의 역사를 담은 사료집”이라고 밝혔다.

1924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고병익은 일본 도쿄제국대학(현 도쿄대) 동양사학과,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1956년 뮌헨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6·25전쟁 중인 1952년 피란지인 부산에서 역사학회를 창설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 뒤 서울대 총장, 미국 워싱턴대 초빙교수,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학술원 저작상, 위암상 한국학부문, 금관문화훈장, 용재학술상 등을 받았으며 사후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추서됐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