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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이후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지면서 정책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 회복세가 정체되는 ‘소프트 패치(soft patch)’ 국면을 지나 자칫 경기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더블 딥(double dip)’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의식한 듯 28일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면 소비와 투자가 부진해지고 결국 경제활동 전반이 둔화돼 전체 국민소득이 감소할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이를 타개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현재 한국 경제의 회복세를 가장 크게 제약하고 있는 요인은 민간 소비의 부진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경제 예측기관들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도 ‘구조적인 소비 부진’ 때문이다.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등으로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된 데다 가계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소비 여력도 크게 줄어든 것이 표면적인 이유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소비 부진의 원인이 구조적이기 때문에 정부가 단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약발이 먹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올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이 24조8000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등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는 방안은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선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재부의 전망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관리재정수지 적자액은 2013∼2017년 누계 기준으로 87조4000억 원에 달한다.

가계부채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 카드를 빼들기도 쉽지 않다. 금리를 인하하면 경기부양 효과는 있겠지만, 가계 부채가 급증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궁여지책으로 올 2분기에 7조8000억 원 규모의 재정을 조기 집행하겠다고 밝힌 것이 일시적으로 경기에 도움은 되겠지만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에 불과한 실정이다.

지난해 국세 수입이 예산 대비 4%인 8조5000억 원의 ‘펑크’가 난 상황에서 세제 측면에서 조세 감면 등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조세 감면을 해주기는커녕 기존의 조세감면도 줄이고 세무조사 등을 확대해 세수 확충에 총력을 기울여도 올해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재정, 통화, 조세정책 등 모든 분야에서 경기 하강에 대응할 수 있는 정부의 손발이 묶여 있다. 그나마 남은 것이 돈이 들지 않는 규제 개혁 등인데 최근에는 세월호 참사 여파로 규제 완화마저 추진 동력을 크게 잃고 있는 실정이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