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내수·수출·투자·경제심리가 동반 위축되는 ‘사면초가’에 빠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비상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이에 대응할 마땅한 ‘카드’를 찾지 못하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구조적인 소비 부진으로 내수 경기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세월호 참사가 겹치면서 내수경기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3.6%에서 2.7%로 대폭 낮췄다. 더욱이 그 동안 경기 회복을 홀로 이끌어온 수출마저 원·달러 환율 급락(원화가치 상승)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가 꺾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연평균 원·엔 환율이 100엔당 1000원일 경우 우리나라의 총수출이 약 7.5%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세월호 트라우마’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에도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조사한 5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설비투자도 예상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KDI는 올해 설비투자증가율 전망치를 종전 8.9%에서 8.0%로 낮췄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악화하면서 경제예측기관들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다. KDI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종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낮춘 데 이어 한국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 등도 조만간 수정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올 1분기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이 24조8000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확대나 조세감면 정책 등을 시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계부채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등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최근 경기가 하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가 쓸 수 있는 거시정책 ‘툴(수단)’은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라며 “세월호 트라우마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 규제 개혁 등 재원 없이도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국력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