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바다를 말없이 내려다 보고 있는 등대가 있다. 진도군 조도면 맹골군도(맹골도, 죽도, 곽도 등)에 속한 ‘죽도 등대’다.

이 등대는 1897년 목포항을 개항해 호남 물산의 중심으로 삼은 일본이 1907년 맹골군도의 북쪽 대섬(竹島)에 석유백열등 등대를 세우며 100년 넘게 그곳을 지켜왔다. 정확히 올해로 107년 된 등대다.

백색 원형콘크리트 구조로 높이만 8.5m, 등대 불빛이 보이는 ‘광달거리’만 21해리(38.89㎞)다. 최초 등대 설립 당시 공식 명칭은 ‘대한제국 탁지부세관 공사부 등대국 죽도등대’. 서해와 남해의 해상경계에 위치해 있어 목포에서 동중국해나 제주, 소흑산도 해역으로 나가거나 인천에서 부산으로 운항하려는 배들은 반드시 이 등대를 보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 해역과 거리는 불과 10㎞ 정도다. 해난 사고가 빈발하며 악명높은 사고해역의 이름이 ‘맹골수도’인 것도 맹골군도에 이 등대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섬의 크기나 인구수로 보면 인근 거차도가 맹골도보다 더 큰 섬이어서 ‘거차수도’라 불러야 하지만 해도상 등대섬 중심으로 이름이 붙여져 ‘맹골수도’로 불리게 된 것이다.

인천 앞바다 팔미도 등대보다는 4년 늦었지만 목포 해역에서는 맨 처음 생긴 유인(有人)등대로, 목포지방해양항만청이 지난 2009년 원격 조종이 가능한 최첨단 시설을 갖춘 무인등대로 전환했다. 진도 근해는 서해의 찬물과 남해의 따뜻한 물이 합류하는 곳이라 안개가 잦은 해역이다. 안개에 묻혀 등대 불빛이 보이지 않을 때면 소리로 위험을 알리기 위해 타종시설인 무종(霧鐘)시설도 함께 갖췄던 등대다.

사실 이 등대를 무인등대로 전환하면서 선박 안전을 보강하기 위해 세워진 시설이 이번에 문제가 된 서망항의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다. 레이더로 선박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고 무선송수신전화로 해양기상이나 위험을 알릴 수 있어서 항해선박의 안전성을 높였다는 설명이지만 이번 세월호 침몰을 예방하는 데는 실패했다. 사람 손으로 종을 두드려 가며 항해선박의 안전을 지켜왔던 시절에도 300명이 넘는 큰 인명피해 사고는 없었다.

진도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