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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이 넘는 사망·실종자를 낸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맹골수도(孟骨水道)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맹골도와 거차도(동거차도, 서거차도) 사이에 있는 길이 6㎞, 폭 4.5㎞의 물길이다. ‘맹골’이라는 말 자체가 강한 어감을 풍기지만 한자로는 ‘사나울 맹(猛)’이 아닌 ‘맏 맹(孟)’을 쓴다.

‘맹골’이라는 지명의 유래에 대한 박정석(66) 진도문화원장의 설명은 이렇다. “맹골도가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에는 ‘매응골도(每鷹骨島)’로 표기돼 있습니다. 항상 매(鷹)처럼 사나운, 바위(骨)로 된 섬이라는 뜻이지요. 1789년 호구 조사 기록부터 현재처럼 ‘맹골도(孟骨島)’로 표기되고 있으나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진도군지에도 ‘섬 주변에 매가 있어 매응골도라고 했다’고 기록돼 있어 매와 관련이 있는 지명임을 짐작케 한다. 맹골수도의 물살이 거센 점은 ‘거차도(巨次島)’란 지명에서도 읽혀진다. 박종득(56) 조도면장은 “이곳 사람들은 거차도를 ‘거치리’라고 부른다”며 “파도가 거칠다는 뜻인데 한자 이름으로 비슷한 발음의 ‘거차도’가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맹골수도는 어선의 키를 잡는 조도면 주민들은 물론, 이곳을 드나드는 선박의 항해사들도 마음을 졸이는 곳이다. 유속이 빨라 변침(항로를 바꿈)을 할 경우에는 베테랑 항해사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해역이다. 특히 해상 사고 위험이 많아 항해자들은 안전운항을 위해 사전에 조류 정보를 확인해야 하는 구간에 속한다.

목포해경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이후 지금까지 맹골수도를 포함한 진도군 조도면 해역에서 발생한 선박사고는 세월호를 포함해 61건에 달한다. 유형별로는 침몰 1건, 좌초 5건, 충돌 5건, 침수 4건, 표류 4건, 화재 4건, 기관 고장 15건, 추진기 장애 16건, 조타기 고장 2건, 기타(연료부족 등) 5건 등이다. 조도면에는 맹골수도와 함께 유속이 빠른 물길로 거차수도(거차도∼조도 사이로 길이 12㎞, 폭 3∼5㎞), 장죽수도(조도∼진도 사이로 12㎞, 폭 2.5∼5.5㎞) 등이 있다.

그렇다고 맹골수도가 항로로서 부적절하다는 뜻은 아니다. 인근 섬 주변에는 암초가 많지만, 맹골수도 자체에는 암초를 비롯한 항해 장애물이 없고 깊이도 30m 이상이다. 이 때문에 인천 등 서해에서 남해로 가는 주요 항로로 이용되고 있고, 실제 하루 평균 수백 척의 여객선과 화물선이 이곳을 오간다.

맹골수도가 명량수도(울돌목·진도군과 해남군 사이 해협)에 이어 국내 두 번째로 유속이 빠르다는 설은 정설이 아니다. 이와 관련, 국립해양조사원 변도성(42) 연구관은 “평상 시 맹골수도와 인근의 거차수도, 장죽수도의 유속이 비슷하다”며 “연간 최강 유속은 장죽수도(8.8노트·1노트는 초당 0.51m)가 맹골수도(6.6노트)보다 빠른 것으로 조사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속은 빠르지만 협소한 한강 하구의 교동수로와 달리, 맹골·거차·장죽수도는 폭이 넓으면서도 유속이 빨라 조류에너지가 풍부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점”이라며 “물길의 폭을 따지지 않고 유속만 따지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명량수도의 유속이 11∼12노트로 국내에서 가장 빠르다는 점은 입증된 사실이다. 명량수도와 장죽수도 등 2곳에 수년 전 시험조류발전소가 설치돼 가동된 것은 그만큼 조류에너지가 풍부하다는 방증이다. 맹골수도에도 시험 조류발전이 검토됐으나 본도(진도)에서 먼 지리적 특성 때문에 시험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맹골군도는 거센 물길이 지나는 곳이라 질 좋은 미역도 많이 생산된다. 특히 맹골군도 중의 곽도(藿島)는 예로부터 천연 미역의 생산지로 ‘미역섬’이라 불렸으며, 한자로도 ‘미역 곽((藿)’자를 쓴다.

진도 = 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