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 구조 과정에서 부실한 대응으로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해양경찰이 해양안전 예산보다 청사 신축 예산으로 3배 이상 많은 돈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2013년도 해양경찰백서에 따르면 해경은 지난해 해양 재난 구조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총 167억 원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청사 신축에는 총 703억 원을 투입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총 예산 1조1538억 원 중 청사 신축에 사용된 돈은 전체의 6%에 달했지만 인프라 확충에 사용된 예산은 고작 1.4%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해경은 한편으론 ‘해양경찰 실천계획’을 발표하며 대형 해양사고 및 40ｍ 이상의 중수심 침몰 사고 대응을 위해 ‘특수구조대테러단’의 신설과 심해 잠수 대응 능력 유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항해 안전성 확보를 위해 해양교통관제(VTS) 운영 체계 마련, 노후 통신장비 교체, VTS 순찰정 도입 등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해경은 이처럼 내부적으로는 대형 재난사고 예방을 위해 관련 예산 마련 및 체계적 대책 수립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실에선 청사 신축 등 외연 확장에만 몰두한 것이다.

해경은 지난 2011년 ‘군과 경찰에는 골프장이 있지만, 해경에는 골프장이 없다’는 이유로 공사를 시작해 얼마 전 여수 해양경찰교육원에 140여 억 원을 들여 골프장을 준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이처럼 해경이 예산의 우선순위를 완전히 잘못 배정해 외연 확장에만 몰두하는 동안 해경의 해양 재난 대응 능력은 계속해서 떨어졌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해경 함정 총 301척 중 12.6%에 해당하는 38척이 내구연한을 초과한 노후 선박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됐다.

또 2010년 이후 경비함정 운항에 필요한 유류비가 부족하자 ‘유류 절약 매뉴얼’을 만들어 지난해엔 해상종합 기동훈련을 4일에서 2일로 줄였다. 이 여파로 2013년 9월 기준 해양사고 대응률(경비함정이 해상사고 인지후 대응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21.9분을 기록, 2011년 15.8분보다 크게 악화됐다.

이와 관련,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정의당) 의원은 “정부와 해경의 세월호 침몰사고 초기 대응 실패와 더불어 해경의 예방 소홀에 대한 책임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