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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와 똑순이 엄마의 싸움.’

이완구(왼쪽 사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영선(오른쪽)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여야의 신임 원내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앞으로 1년간 여야 관계가 사상 유례없는 ‘강 대 강’의 충돌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나는 엉덩이가 무겁다”며 쉽사리 야당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이 원내대표와 ‘정의’라는 명분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국회 전체를 멈춰세운 바 있는 박 원내대표가 화기애애하게 협상을 하는 장면을 상상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이 원내대표가 다양한 분야에서 생사를 오가는 경험과 산전수전을 다 겪은 관록을 보유하고 있고, 박 원내대표 역시 마음속 깊숙한 곳엔 포용적인 모성애의 본능이 살아있는 만큼 의외의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원내대표의 별명은 ‘완구리’다. ‘너구리’처럼 능청스럽고 능수능란하다 해서 15대 국회 첫 입성 당시 그를 모시던 비서진 중심으로 불려온 별명이라고 한다. 15회 행시 출신으로 경찰로 전업했던 이 원내대표는 경찰 조직 내에서 정무적 감각이 탁월한 너구리형 간부로 유명했다.

40대 초반인 1991년과 1992년 2년 동안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수사본부장만 6차례 맡았을 정도로 조직 내에선 난제를 해결하는 대표적 구원투수 역할을 했다. 대표적인 사건은 영화 ‘그놈 목소리’로 다시 유명해진 이영호 군 납치살인사건. 여론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던 당시 그의 부하 경찰이 정황만으로 이 군의 친모를 유력한 용의자로 붙잡아 자백을 이끌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경찰이 강압 수사를 해서 최대 피해자인 친모에게 아들을 죽인 죄를 뒤집어씌웠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 경찰 조직 내부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용의자를 풀어주도록 조치하면서 경찰 내부에선 경찰 조직도 살리고 증거주의 원칙도 지켰다는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박 원내대표의 경우 ‘저격수’ ‘여전사’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그를 아는 이들은 박 원내대표가 겉보기와는 달리, 합리적인 해결을 매우 선호한다고 한다. 지난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트위터리안들이 박 원내대표의 별명을 ‘똑순이 엄마’라고 지어주기도 했다. 감성이 풍부한 박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표 경선장에서도 “저도 눈물 많은 여자다. 어머님의 마음으로 자식을 보살폈던 것을 배웠듯이, 저도 어머니의 마음으로 의원님들께 그렇게 다가가겠다”면서 모성애적인 원내대표상을 강조했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상설특검법은 박 원내대표의 스타일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박 원내대표는 특검 발동요건을 국회 재적의원 2분의 1로 하는 것에 대해 야당 내에서 반발이 나왔을 때 법사위원장으로서 이를 설득해 법안을 처리했다. 한 야당 법사위원은 “야당의 요구 수준에는 미흡하지만 상설특검을 제도화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검찰 조직의 안정성을 해칠 수 없다는 점 등을 적절히 고려한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만용·조성진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