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진도 침몰 참사로 인해 학교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교육부가 안전교육을 포함한 보건교육을 1년에 17시간 의무화했다가 이를 슬그머니 삭제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인천에서 한 10세 남자 초등학생이 학교에서 사탕에 기도가 막혀 사망하자 응급처치 등 안전 및 보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이에 2007년 안전교육이 포함된 학교보건법이 개정돼 보건교육과정이 정식 교과목이 됐고, 교육부는 2008년 총론 고시를 통해 초등학교 5∼6학년은 1년에 17시간 이상, 중·고등학교는 1개 학년을 정해 1년에 17시간 이상 교육을 하도록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2009년 다시 총론을 개정해 최소 교육 시간 기준을 삭제하고 단순히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지도하라’고 명시했다. 또 중·고등학교에서는 이를 선택과목으로 정해, 학교장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안전 및 보건 교육이 부실해진다는 비판이 일자 교육부는 각 학교에 1년에 17시간 이상 교육을 하도록 ‘지침’을 내려보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국어와 영어, 수학 수업을 중시하는 많은 학교에서 보건과목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필수 수업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교과서조차 구매하지 않았다.

보건교육과정에는 재난 및 각종 사고에 대비한 안전교육 내용도 포함돼 있지만, 이같이 ‘선택과목’인 탓에 이를 채택해 가르치는 학교가 많지 않다. 안전교육은 범교과학습의 한 주제이기도 하지만 이 역시 각종 보충 수업으로 포화상태인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배정되면서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교육과정을 ‘필수과목’으로 정하고, 세부적으로 안전교육 내용을 보다 체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은 안전 및 보건교육을 필수교육과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우옥영 보건교육포럼 이사장은 “우리 아이들은 입시 위주 교육에만 매몰돼 기본 안전 상식조차 알지 못해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안전 및 보건 교육은 책임성이 떨어지는 범교과수업이 아닌 필수 과목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