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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위협 대응을 위한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 3국과의 공조와 일본의 잇단 도발로 촉발된 과거사 문제를 분리해 접근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4차 핵실험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북한을 향해서는 한·미·일 3각 공조 및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강력 응징하겠다고 경고하면서도 한·중·일 간 과거사 갈등에 대해서는 ‘당사자 간 해결’ 원칙을 내세워 적극적 개입을 꺼리는 것이다. 일본의 우경화로 인한 과거사 갈등이 북핵 공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분리 대응 전략이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의 공고화 방침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핵 도발시 강력한 응징 방침을 천명한다는 구상이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와 함께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초강력 제재에 나서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도 “한국, 일본, 중국 등 관련국과 협력해 앞으로도 북한에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은 과거 수십 년에 걸쳐 도발적인 행동과 무책임한 행동을 해왔다”며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가 북한이며, 국제사회의 제재와 비판 속에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북한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그것은 (북한 문제에 대응하는) 전체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구도가 바뀌는 근본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경고와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그것은 중국의 안보와 국익이 걸린 일”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핵 공조를 위해서라도 중국과 갈등을 빚거나 대립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미·일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나온 오바마 대통령의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관련 발언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게 정부 당국자 및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센카쿠는 일본의 시정권(施政權) 아래 있으며, 미국의 일본 방어의무를 정한 미·일안보조약 제5조의 적용 대상”이라면서도 “지역 내 분쟁은 평화적으로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센카쿠가 미·일안보조약 적용 대상이라고 미국 대통령이 공식 발언한 게 처음이라 중국 정부가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오바마 대통령이 중국의 눈치를 많이 봤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센카쿠의 일본 영유권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미·일 정상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동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통해 부전(不戰)의 맹세를 했다는 언급을 할 때 못마땅한 표정으로 지켜본 정도에 그쳤다. 강한 압박보다는 당사자 간 해결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